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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트」의 「이스라엘」방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사다트」「이집트」대통령의 「이스라엘」방문은 중동현대사상 가장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의는 단순히 중동문제타개의 기술적 방법론을 발굴하려는데 있다기보다는 중동문제 「어프로치」와 관련된 근본발상 자체의 전면적 전환을 의미할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동문제는 전면 승리냐 전면패배냐의 원색적인 「승부의 논리」와 민족적·종교적「쇼비니즘」의 논리로 일관되어 왔다.
그 결과 중동에는 네 차례의 무력충돌이 거듭되었으나 남은 것이라고는 오직 해결할 길 없는 난제의 중첩과 뿌리깊은 감정적 대결밖엔 없게 되었다. 무력과 광신의 논리로서는 해묵은 중동의 난제를 도저히 풀 수가 없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이 막다른 골목에서 양측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란, 심리적 발상자체의 전환을 통한 근원적 위기탈출이냐, 아니면 또한 차례의 전쟁에 의한 총체적인 파국이냐의 두 가지뿐이었다.
특히 「사다트」대통령으로서는 오랜 전시체제의 지속으로 인한 국내 경제의 침체와 부담 때문에 더 이상 현 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처지에 몰리게 된 것이 사실이다.
미국·「사우디아라비아」등 주변관계국들이 「아랍」 온건파와 「이스라엘」간의 화해를 통해 중동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해보려고 노력하게된 이면에는 바로 그와 같은 사정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다트」대통령으로서는 그러한 「좌력」에 순종하는 것이 그 자신의 정치생명을 거는 커다란 모험이요 도박이 아닐 수 없었다. 「아랍」진영 내부에는 아직도 「이스라엘」과의 철저항쟁과 급진적 반 「시오니즘」혁명을 부르짖는 세력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다트」대통령이 이번의 위험적 도박을 결행하게된 데에는 물론 그자신의 용기와 결단도 작용하고 있었겠지만, 그 보다는 역시 주변 강대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타율적 영향력이 강력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사다트」의 「적진방문」으로 중동문제는 승부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공존과 타협의 당위성에서 취급될 하나의 전기가 모색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이 점령지를 반환하고 「팔레스타인」독립국수립을 승인하는 댓가로 「아랍」이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승인하는 동시, 불가침을 제도화하자고 한 「사다트」연설내용이 바로 그 점을 역설한 것이기도 하다.
이 원칙이 「이스라엘」의 강경파와 「아랍」의 거부전선측에 어떻게 받아들여져, 그 결과가 양측의 걷잡을 수 없는 내부혼란으로 비약할지, 아니면 새로운 평화의 시대로 연결될지 아직은 단언할 수가 없다. 그러나 여하튼 이번의 사건은 중동뿐 아니라 다른 모든 분쟁지역에 대해서도 상당한 연상작용을 파급시킨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키프로스」의 두 대립민족, 「스페인」의 「마드리드」정부와 「바스크」족, 그리고 어쩌면 남북한도 이번의 사건을 관심 깊게 주시할 것으로 생각된다.
화해 불능할 정도로 원수가 된 두 분쟁 당사자가 정상급에서 그 어떤 화해의 돌파구를 찾으려할 때, 그것이 주는 양측 내부의 파급효과는 무엇이며, 그 화해노력의 결과는 과연 충분히 합리적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당면의 관심의 초점일 것이다.
「아브라함」자손들의 합리성과 성실성이 실제로 얼마나 구현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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