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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창의 본산 남원에 숙원이던 국악원 건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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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도창의 본산인 전북남원에 사립국악원이 건립되어 15만 남원군의 오랜 숙원이 풀렸다.
74년 남원에서 열린 전국판소리 경창대회를 계기로 추진된 남원 국악원 건립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지난달 중순 4년만에 결실을 본 것.
남원읍 노암리 금암공원 기슭 대지 4백70평, 건평 60평 규모의 한옥으로 세워진 이 국악원은 30평짜리 연주실을 비롯, 창악·기악·무용·서예부가 각각 마련돼 있어 국악원 건물로는 다소 협소하지만 국악 후진 양성의 요람으로 손색이 없다.
남원지방 국악인·군민들의 성금, 당국의 보조금 등 3천만원을 들여 오북을 비롯, 가야금·거문고·양금·강구·마장·소고·단소 등 50여점의 악기도 갖추어 최용호 원장은 앞으로 분기별로 학원생을 모집, 전통예술을 가르치고 연2∼3회의 학습발표연구회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원국악원 건립은 국악의 발상지라는 역사적 배경으로 그 의의가 더욱 크다.
신라 진흥왕 때부터 지리산 운상원에서 금도로 악성이 된 왕고당를 비롯, 귀금·안장·청민 등 유명한 국악인들이 모두 남원에서 배출되었고 이조 때의 명창 권삼득·안흥연·송만갑·유성준·김정문·이화중선 등도 이 지방 출신이었다.
또 우리 나라 국악의 원형이며 한국의「오페라」격인 협률사도 남원출신 김억득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인간문화재 5호인 박초월씨를 비롯, 오갑순·강정숙·안숙선씨 등 생존하는 명창들도 남원이 길러낸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처럼 번창했던 남원지방의 국악이 일제36년의 탄압 속에 차차 명맥을 잃어 해방후에는 돌보는 사람조차 없어 몇 명 안되는 국악인들과 뜻 있는 지방인사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던 중 74년 제1회 전국 판소리 경창대회가 남원에서 열려 서울대 정병욱박사, 한양대 강한영 박사, 당시 국립국악원 강기수씨, 그리고 박선주·박동진씨 등 우리 나라 국악계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남원지방국악인들은 국악재건을 위해 15만 군민의 뜻을 모아 금암공원에 국악원을 세우기로 결의, 올해까지 4회의 경창대회를 여는 동안 모금운동을 펴 왔던 것. 이 대회에서 조상현·성창순·안향련·신영희 등 4명의 명창이 나오기도 했다.
최 원장은 이같이 우람한 국악원의 운영이 힘겨워 국립국악원 남원본원으로 승격시켜 당국의 지원을 받는 것이 숙원이라고 말했다. <남원=이현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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