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6월 방한 성사를 위해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한국을 찾는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15일 “시 주석의 방한 일정과 의제 조율을 위해 우리가 제안한 대로 왕 부장이 26~28일 방한할 것으로 보이며, 다소 조정되더라도 이달 마지막 주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교부 관계자도 “양국이 6월을 목표로 한·중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며 “이번에 왕 부장 방한 때 윤곽이 거의 잡힐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이 주석으로서 서울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9년에는 부주석 자격으로 한국에 왔다. 현재의 한반도 긴장 국면에서 시 주석이 방한 전 북한을 먼저 방문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북한보다 한국에 먼저 오는 시나리오가 확실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중 관계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그래서 시 주석의 방한 자체가 북한에 보내는 강한 경고성 메시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중 간 대화 채널은 계속 활발히 가동되고 있지만, 북한이 4차 핵실험 위협 등 지속적 도발을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시 주석이 한두 달 사이 평양에 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며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19년 전인 1995년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북한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 당시는 한·중 수교(1992년) 여파로 북·중 관계가 냉랭했었다. 이후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두 차례 방중하고(2000년 5월·2001년 1월), 남북 정상회담(2000년 6월)이 성사된 뒤인 2001년 9월 장 주석은 평양에 발을 디뎠다. 이를 계기로 양국 관계는 다시 정상화 수순으로 접어들었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2005년 11월 첫 방한 불과 한 달 전 부랴부랴 북한에 먼저 가서 김 위원장을 만나는 등 북한을 배려했다.
하지만 김정일 사망(2011년 12월)이후 북·중 관계는 다시 흔들리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집권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방중 의사를 타진했지만, 중국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은 아직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세 차례나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한국부터 온다면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 체제 들어 북·중 간 고위급 교류가 거의 안 되고 있다”며 “장성택 숙청, 미사일 발사 등에 이어 중국이 압박을 가하자 러시아 등을 상대로 외교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김정은을 시 주석이 중대한 불안정 요소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한국부터 오는 것은 그 자체로 북한에 경고성 압박으로 작용할 것”(박인휘 이화여대 교수)이라거나 “북한이 시 주석의 방한을 전후로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높은 수위의 도발을 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 브레이크’를 거는 효과로 이어질 것”(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이라고 내다봤다.
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