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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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의 안보 정책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15일 밝혔다. 아베 총리는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과의 협의를 거쳐 각의 결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적용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이 공격을 받지 않아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제3국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일본 정부는 1981년 이래 집단적 자위권은 보유하고 있지만 헌법 해석상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헌법 9조는 전쟁과 무력행사 포기, 전력 불(不)보유와 교전권 불인정을 담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이뤄지면 자위대가 다른 나라를 위해 응전할 수 있는 만큼 일본의 전수(專守)방위 원칙은 사실상 사문화된다. 자위대가 일본 바깥에서 전투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평화 헌법도 고무줄식 해석 변경으로 껍데기만 남는다. 일본 안보의 일대 전환이 아닐 수 없다.

 일제 침략 전쟁의 피해국들이 일본의 적극적 안보를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베 총리가 일제 군국주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역사 수정주의 움직임을 보여 더욱 그렇다. 일본 국내에서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당하지 않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그런 점에서 주변국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반도와 관련된 사안은 사전 협의와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동시에 전수 방위의 원칙하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현재 동·남중국해는 중국의 적극적 해양 진출로 격랑이 일고 있다. 석유 채굴을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 함선의 충돌은 심각한 양상이다.

 북한이 대남 위협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이 안보 팽창주의로 가면서 우리 외교·안보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고난도의 역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를 위한 실사구시의 외교적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