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초기의 도자기 분청사기를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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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충남 대덕군 유성중학교 이승기 교사(50)는 학생 20여명이 16세기말 단절된 분청사기(분책 사기) 재현에 힘써 조상들의 얼을 되찾기에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대덕군 진잠면 도요지와 금수 봉·계룡산의 학봉등이 발상지로 알려진 분청사기(분장회책 사기의 준말) 가 16세기말 그 전통과 기·예가 사라지고 경기도 일부지역에서만 제작, 전통성이 없어지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겨 지난해 3월부터 재현에 나섰다.
대학재학 시절 백자 제작기술을 익힌 이 교사는 학교실습실을 개조, 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분청사기는 이조백자의 3대 주류의 하나로 분 청은 백색 물감으로 표면 무늬를 칠하고 회청색의 유 약을 발라 구워 내는 것이나 옛 모습대로 만들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 교사는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문헌을 뒤지고 전문가들의 도움말을 받아 제작을 거듭했으나 그때마다 실패했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한때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으나 발상지인 이곳에서 자신들의 힘으로 재현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새로운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50여 회의 만들기와 부수기 끝에 이제는 차차 원형과 가까운 모습을 찾아가기는 했으나 선인들의 오묘한 작품과는 견줄 수 없는 단계.
『자기를 만들고 칠하고 부수기를 할 때마다 10여일 씩 , 정성을 쏟았던 작품을 깨어 버리는 심정은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그 동안의 고초를 이 교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애써 만든 작품이 실패로 끝났을 때 교사·학생들은 모두 일손을 놓고 실습실에 주저앉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때마다 교장선생님이나 다른 교사들이 찾아가 이들을 위로, 『시작이 반인데 도중에 포기하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것이 아닌가. 분청사기 재현은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격려해 다시 일어서곤 했다는 것.
재현 작업에 손을 댄지 1년6개월이 지난 요즘 이들은 완전한 재현을 눈앞에 둘 만큼 상당한 실적을 올렸다.
『정성을 다해 조상들의 빛나는 문화유산을 터득하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가장 값진 얼』이라고 강조하는 이 교사는 잠시도 아까운 듯 자기 제작에 바쁜 손을 놀리고 있다.

<대전=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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