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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병언 일가는 즉각 검찰 수사에 응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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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침몰한 세월호의 실질적인 선주(船主)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씨 일가가 검찰 수사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유씨 일가가 법 위에 있다는 착각에 빠진 것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씨 일가와 관계사들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어제 유씨에 대해 ‘16일 오전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은 유씨 일가에 대해 “검찰에 자진 출석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방어권을 행사하라”고 밝혔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수사 협조를 촉구한 것은 유씨 자녀들이 줄줄이 소환 조사에 불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차남 혁기씨 등 자녀들과 핵심 측근들은 해외에 체류하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장남 대균씨도 그제 검찰 소환에 불응한 뒤 잠적한 상태다. 수사팀이 유씨와 대균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안성의 금수원을 찾아갔으나 소재 파악도 못한 채 돌아왔다. 어제 오후엔 대균씨 집을 수색했지만 체포에 실패했다.

 유씨 일가의 이 같은 모습은 사고 초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입장과 상반된 것이다. 시간을 끌면서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없애는 등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외에 있는 유씨 자녀들이 종교(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탄압을 이유로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버티기 전략’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진상 규명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씨가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으로부터 급여로 매달 15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 장남과 차남이 청해진해운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최대주주라는 사실은 그들 일가가 세월호 침몰과 무관치 않다는 증거다. 더욱이 유씨가 청해진해운 경영에 참여한 수준을 넘어 선박 증축이나 상습 과적 등에 관여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죄 적용도 가능하다.

 관계사 대표 등이 구속되고 있는 와중에 자신들만 몸을 빼내 잠적하고 있는 것은 얼마나 비정상적인 처신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해운업계에선 수천억원에 이를 보상비·인양비 등을 부담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리한 운행으로 얻은 수익은 챙기고 손해는 사회로 분산시키려 한다는 얘기다. 탐욕의 단물만 빼먹겠다는 유씨 일가의 행태에 대해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유씨 일가에 대한 수사는 사회 정의를 지키는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유씨 일가는 이제라도 당당하게 조사에 협조하는 것이 희생자·실종자 가족과 국민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몸은 숨길 수 있어도 탐욕이 남긴 증거들은 숨길 수 없다. 검찰도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강제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지금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유씨 일가와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