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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불교의식「탑돌이」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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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강릉=권혁룡 기자】명맥이 끊어졌던 불교민속의식인 탑돌이가 지난달 29일 강원도 평창군 진당면 월정사에서 재현을 위한 시연회가 열림으로써 전통민속행사로 전승케 됐다.
이 시연회에는 월타사의 장만화주지 등 승려 5명과 범패기능보유자 박대 하 스님(65), 서울 보광사 주지 박창수 스님(60), 그리고 여신도 40여명이 참가, 유서 깊은 월정사 팔각 9층 석탑(국보 제48호)주위를 돌며 잊혀져 가는 불교의식을 전통민속행사로 승화시켰다.
탑돌이는 불교신도들 사이에서는 4월 초파일의 연등놀이와 함께 가장 뿌리깊이 내려오던 습속으로 석가 생존시 제자들이 불법들을 청할 때 석가를 가운데 하여 합장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돈후 세 번 절하고(우통삼갑)청 법했다는 데서 유래돼 부처님의 사리가 봉안된 탑 주위를 돌게 됐다는 것.
약 40분간 계속되는 탑돌이 의식은 법주스님과 바라지스님이 삼귀의를 범패의 음률에 맞춰 선후 창을 하면서 시작된다.
소복차림을 한 신도들의 게 원이 차차 깊이를 더해 가면 승려를 선두로 신도들이 탑 주위를 원형을 그리며 도는데 맨 앞강선 승려는 범패의 가락에 맞춰 게송을 목청 높여 부르고 바라지 스님들은 목탁과 징·북으로 반주한다.
게송의 가사는『세상이 마치 두레박 같은데, 백 천만 겁이 지나도 다하지 못하겠구나. 이 몸을 금 생에 제도하지 못하면,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이 몸을 제도하리 오』라는 내용으로 속세의 중생을 깨우치는 노래.
탑을 도는 신도들은 발원에 심취해 가고 스님의 선창에 따라 금강경을 독송하고 극락세계를 찬탄하는 장엄 염불을 합 송 한다. 이들의 지성심이 불타에 알려졌다고 믿어질 때 스님과 신도들은 빠른 속도로「나무아미타불」을 합 송하며 탑 주위를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세 번 절하는 것을 반복한 다음 앞장 선 스님부터 원형을 풀고 탑 앞에 차린 단에 정렬하면서 의식이 끝난다.
월정사는 신라 선덕왕14년(서기645년)자장 율사가 창건한 가장 오래된 사찰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탑돌이가 1천여 년간 성행했을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탑돌이 재현을 주도한 장 주지는 이제 탑돌이의 명맥을 잇게 돼 기쁘다면서 앞으로는 월정사의 전통행사로 발전시켜 매년 4월 초파일에는 대대적인 행사를 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연상 평창 군수는 이 같은 불교의식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는 23일 춘천에서 열리는 태백문화 제에 탑돌이를 출연케 하고 앞으로 행정력을 지원, 보호·육성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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