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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의 좁은 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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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옥스퍼드」대학에는「로즈」장학금제도가 있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장학금일 것이다. 이것은「아프리카」에서「다이어먼드」광을 캐낸「세실·로즈」의 유산 6백만 「파운드」가 기금이 되어 있다. 이것만 받으면「로즈·스칼라」라 하여 어디서나 한몫 놓는다.
그도 그럴 것이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자 중에서 다시 엄선하여 2년 동안「옥스퍼드」에서의 연구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남녀의 차별이 없다. 그저「신의. 용기. 의무감. 약자에의 동정. 친절. 우정」등 이 선발의 기준으로 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여학사는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지난 70년 동안 여자「로즈. 스칼라」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자는 안 된다는 게 불문율처럼 되어 있는 것이다. 더욱이「세실·로즈」자신이 철저한 남성지상주의자였다.
이런 관례를 깨고 2년 전에「하버드」대학에서 두 여학생을 추천했다. 작년에도 한 명의 여학생이 추천자 명단에 끼여 있었다.
물론 모두가 최종심사에서 보기 좋게 탈락했었다. 하기야「로즈·스칼라」가 되는 조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남자다움」이라고 되어 있다. 그것을 여자에게 바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줄 뻔히 알면서도 여학생을 함께 추천한「하버드」대학 측의 사정도 딱했다.
대학을 뒤흔드는「우먼·리브」의 압력을 막을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라도 여학생들의 비위를 맞춰 주어야 했다.
결국 모든 것은 운용의 묘에 달려 있다. 굳이 여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줄 수 없다고 버텨 가며 공연한 풍파를 일으킬 필요는 없다.
겉으로는 환영하는 체 하면서 얼마든지 떨구면 되는 것이다. 하기야 이런 잔꾀에도 한도는 있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여자「로즈·스칼라」도 생길게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여대생의 취업은「로즈·스칼라」가 되는 만큼이나 힘들다. 교육의 기회는 남녀가 어엿하게 같다. 취업의 권리도 법의 동동한 보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대생을 받겠다는 직장은거의 없다. 반면에 같은 학교의 남학생들은「프리미엄」까지 붙어 가며 우대된다.
요새는 아예 원서마저 접수하지 않아 응시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직장이 많다. 여대생을 환영하는 체 하면서 실제는 서무·비서 정도로 쓰는 게 고작인 곳도 많다.
여대생을 안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쓸 수도 없는 사정 때문이라고 그럴싸하게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운용의 묘를 따질 문제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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