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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업에 도사린 전근대성은 무엇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리와 비슷한 인도·「스페인」·「브라질」 등에서는 각종 기계와 용역의 국산화를 강제 규정하고 있어 공장 건설비가 다른 나라에 비해 30%정도 비싸고 건설 공기와 성능을 보장하기 어렵다. 국산화라는 궁극 목표가 있다 해도 그 달성 방법이 꼭 정부가 강제해야만 하는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의 지나친 강제는 큰 불이익을 가져올지 모른다. 국산화를 보다 제도화시키기 위해서는 수용 태세를 갖추도록 자체 안의 근대화 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보다 많은 경험을 가진 경영자. 기술자 양성이 시급하다고 본다.
얼마 전 C방적은 정부가 무리하게 섬유기계의 20%를 국산으로 쓰라고 하면 증설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해서 파문을 던졌다.

<부품서 선박까지>
정부는 기계 공업 육성책의 하나로 섬유 기계 시설을 신규로 할 때는 그 중 20%를 국산으로 하라고 했었다.
이에 대해 수요자 측은 H사의 제품이 고급품을 생산하는데는 못쓰는 시설인데다 값도 비싸다고 해서 반론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밖에도 국산화란 이름 아래 국민들의 부담을 늘리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조그만 부속품에서 커다란 선박까지 우리는 국제 가격보다 비싼 것을, 그것도 성능이 보장 안된 채 쓰고 있다.
중화학공업화 추진과 함께 기계류 국산화에 관한 논쟁은 경제계의 최대 관심거리 중의 하나다.
경제의 자립 달성이란 커다란 「카테고리」안에서 국산화를 바라보는 입장은 크게 다르며 최근 무리한 국산화에 대한 반대의견이 크게 일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국산화 추진 작업과 함께 많은 기업이 이 대열에 뛰어들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국산화 추진에 정부가 개입하고 있으며 기업 스스로도 앞으로의 시장성·기술개발·자금조달 면 등 경영의 합리성은 차지하고 우선 「무드」를 타고 『일만 많이 벌여 놓으면 된다』는 식의 무차별 확장을 꾀하는 움직임에 대해 좀더 고려할 여지가 많다는 신중론을 펴기도 한다.

<시장개척 큰 문제>
신중론을 펴는 사람들은 일국의 경제나 한 기업의 경영은 상식적인 애국심만 가지고는 힘들며 국산화를 정부가 지나치게 강제할 때는 큰 피해가 뒤따를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얼마 전「스페인」에서 기술 수준을 과시하기 위해서 「스페인」기술진으로 정유 「플랜트」를 건설했는데 이 공장이 시 운전 중 사소한 공사 미비로 대 폭발을 한 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국산화 수준은 과연 어디 와 있으며 앞으로 궁극적인 자립 경제 달성을 위한 고도 성장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의견이 구구하다.
우리나라의 올해 기계류 수입액은 약18억「달러」로 전망되고 있어 앞으로 수입 기계의 대부분을 국산화하고, 더 나아가서 81년에는 수출 2백억「달러」중 30%를 기계류로 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이에 따라 창원기계공단과 여천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중화학 부문에서 대규모 공장들이 크게 늘고 있으나 표면적인 확대 이면에는 국산화의 구실로 많은 비합리적인 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금융기관과 외국 차관으로 시설 자금을 들여오고 정부로부터 각종 세제·금융지원을 받으면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기업으로서는 당연히 경쟁 체제가 갖는 비합리성을 결여하게 마련이며 또한 앞으로의 시장개척도 큰 문제.
이제 까지 경공업 분야에서 그나마 큰 수출 신장을 기록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부문이 선진 공업국에서는 이미 사양화되어 그들이 적극적으로 우리나라에 넘겨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특정 기업만 육성>
이렇게 볼 때 선진 기관이 자기 나라 수출의 대종을 이루는 중화학 제품의 경제성을 검토해 우리에게 자금 공여나 기술 전파를 꺼릴 사태가 예상되기도 하는 것이다.
또 국산화란 명목 아래 국제 가격보다 비싼 값을 주고 품질도 뒤떨어지는 자본재를 구입해야만 하며, 또 그것이 명실상부 한 자립 경제 달성과는 거리가 멀고 특정 기업만을 육성시킨다면 그 폐해는 자못 크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많은 관련업계의 얘기다.
기업체의 입장에서도 안온하게 정부의 보호 밑에서 음성적으로 자랄 생각을 버리고 격심한 국제 경쟁을 뚫고 한국산 제품의 우수성을 나타내려면 보다 합리적인 경영 방식, 우리 수준에 맞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다져 나가는 책임 경영 의식이 필요할 것이다. 중화학제품, 다시 말해 자본재는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그 규모 면에서 결코 한두 사람이 해낼 일이 아닌 것이며 정부·기업·국민 모두가 공동으로 참여, 앞으로 한국 경제의 사활을 걸고 노력해야 할 일인 것이다. <장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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