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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투표 통과됐지만 … 진짜 독립할지 미지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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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11일 주민투표 결과가 나왔다. 겉보기론 압도적 찬성이다.

 도네츠크에선 75%가 투표했고 이들 중 89%가 자치에 찬성했다고 한다. 루간스크의 찬성률도 96% 안팎이다. 문제는 이 숫자가 맞는지 검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권자 명부에 이름이 없어도 신분증만 있으면 투표할 수 있었다. 속이 훤히 보이는 투표함이 사용되기도 했다. “투표 종료 몇 시간 전 투표 명부의 30%만 투표했더라”(뉴욕타임스)는 증언도 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이 12일 “법적 근거 없는 소극(笑劇)”이라고 비난한 이유다. 그러나 서구 언론이 “상당히 많은 이들이 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CNN)고 전할 정도의 분위기였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동부에서 인심을 잃었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문답으로 풀었다.

 ① 도네츠크·루간스크 행로는=주민투표로 명확한 방향이 정해진 건 아니다. “도네츠크(혹은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자치 행위를 지지하느냐”는 질문 자체가 모호했다. 우크라이나에 잔류하면서 광범위한 자치권을 인정받는 자치공화국으로 전환하겠다고도, 분리 독립하겠다고도 해석될 수 있다. 실제 자치공화국설과 독립국가설 모두 제기됐다. 두 주 모두 러시아계가 우크라이나 평균(17.3%)을 웃도나 38.2%(도네츠크), 39.1%(루간스크)에 그쳐 러시아계가 절대다수인 크림반도와 같은 경로를 밟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② 푸틴의 선택은=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도가 관건이다. 그의 말과 행동은 다르다. 7일 주민투표 연기를 촉구하고 9일 크림반도를 직접 방문해 ‘조국애’를 강조했다. 서구 전문가들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은 꺼리지만 ‘저강도 전쟁’은 마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러시아 주재 영국대사를 지낸 로드릭 브레이스웨이트는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 유지 ▶동부지역 러시아계 주민들 권리 보장 ▶크림반도 합병 등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③ 25일 대선은=우크라이나 과도정부와 서방은 25일 대선을 계기로 정국 돌파구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도네츠크는 대선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루간스크에서도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이들 지역을 군사적으로 제압할 수도, 제압해서도 안 되는 상황에 처했다. 도네츠크의 오데사와 마리우폴에서 군사작전 중 시위대 수십 명이 숨진 게 민심을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야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는 “과도정부가 덫에 걸려 있다”(파이낸셜타임스)고 토로했다.

 ④ 추가 경제 제재는=서방은 25일 대선이 제대로 치러지지 않으면 추가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12일 러시아와 크림공화국 인사 13명과 기업 2곳의 자산을 동결하고 비자를 금지하는 새 제재를 발표했다. 하지만 서방 지도자들은 경제 제재를 해도 푸틴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엔 가스대금 미납 문제도 걸려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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