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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협의회」주변-박 대통령, 점심 미루며 3시간반 대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5일 박정희 대통령과 「브라운」미 국방장관과의 청와대대좌는 11시부터 12시까지의 요담예정이 1시간15분이나 늦춰졌고 그래서 점심까지 미루어져 모두 3시간반동안 계속.
「브라운」장관이 「카터」미국대통령의 친서를 박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미 정부측 철군계획세부 안을 설명한 후 박대통령은 구체적이고도 세밀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직접 우리정부의 입장과 견해를 밝혔다는 것.
하오2시반 「브라운」장관일행이 청와대를 떠났고 임방현 대변인은 하오3시 발표문을 들고 기자실에 나타나 비로소 「카터」대통령의 친서전문을 공개.
임 대변인은 요담내용을 묻는 기자에게 『발표는 이것뿐』이라고 말하고 『공동성명이 내일 하오4시 발표될테니 배경설명은 그후에 하겠다』고 설명. 『요담결과는 좋았느냐』고 묻자 임대변인은 『결과는 좋은 것 같다』고 간단히 논평 박동진 외무부장관은 청와대요담 후 『한국문제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미 의회가 돈 많이 드는 일은 싫어하는 것 같더라』 『완전한 협의가 이뤄지려면 하루이틀가지고 되겠느냐』고 임대변인과는 다르게 밝지 않은 반응.
외무부측은 26일 「카터」미대통령의 친서가 공개된데 대해 『대단히 중요한 문서로 이번 안보협의회에서 우리가 얻은 가장 큰 성과중 하나일 것』이라고 자평.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친서는 외교문서 중에서도 가장 신뢰도가 높은 문서로 이번 친서에는 철군보완책에 관한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내용이 다 들어있어 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문안작성이 한결 쉬워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친서의 공개는 양국간의 합의에 따라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히 드문 일』이라고 지적, 『내용이 우리마음에 들었길래 발표된 것이 아니겠느냐』고 의미있는 반문.
지금까지 한미간에 교환된 친서 중 공개된 것은 휴전협정과 월남파병당시 미 국무장관이 보낸 것 정도로 「카터」대통령의 친서는 대어급.
「브라운」장관이 베푼 25일 저녁 미8군 장교「클럽」에서의 만찬에는 서종철 장관·노재현 합참의장 등 한국측 대표단과 3군 참모총장 등 한미고위장성 90여명이 참석. 「브라운」장관은 『우리는 오늘내일만이 아니라 더 먼 앞날을 생각하는 지혜로움과 오래도록 지속되는 서로의 유대·신뢰·보완을 깨닫는 「비전」을 보여왔다』고 말하고 『미국은 한국의 안전과 자유를 지킬 뿐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강조.
답사에 나선 서장관은 미국국민의 위대한 개척정신을 칭찬하고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적 단합·경제적 자립, 그리고 철통같은 안보태세 등 자주 자립적 역량은 모두 유신정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서 유신정신을 미국의 개척정신에 비유.
26일 오전 국방부회의 뒤 예정보다 10분 늦은 11시55분 중앙청에 도착한 「브라운」 미 국방장관은 최규하 총리에게 『「프러덕티브·디스커션」(생산적 협의) 을 계속하고있다』며 협의진행과정을 설명.
그는 『그동안 한국군전방기지를 시찰하고 한국군의 전투능력과 사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전방시찰소감을 피력.
최 총리가 서종철 국방장관에게 영어로 『귀빈에 대해 충분한 대접을 했느냐』고 묻자 「브라운」장관이 그 질문을 받아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있다』 『과할 정도로 친절한 대접을 받았다』고 대답.
『체류기간이 너무 짧다』는 최 총리 말에 「브라운」장관은 『기회가 있으면 다시 오겠다』고 했다.
요담이 끝난 후 최 총리는 「브라운」장관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했으며 「브라운」장관은 『특별히 할 얘기가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최 총리 방문은 「스케줄」에 따른 예방이었다』 『최 총리와는 일반적인 얘기를 나눴다』고 답변.
안보회의는 보안·경비가 철저, 양측대변인의 합의로 회담장 주변에는 내외신 기자를 막론하고 일체 접근금지.
회의장 취재는 25일 개막때 단3분간으로 끝났고 회의장 복도에는 26일에도 정복헌병들이 서서 기자접근을 막았다.
25일 하오에는 지난번 「싱글러브」장군 사건으로 「워싱턴」을 벌집 쑤셔놓은 듯 만들어 놓은 「워싱턴·포스트」지의 「존·사」기자가 회담장 주변에 나타나자 미국측 보좌관들도 아연 긴장.
한편 「브라운」장관이 회담에 참석하는 동안 부인 「콜린」여사는 장효기 서장관부인과 「베시」「유엔」군사령관 부인의 안내로 청와대예방·시내관광·판문점·이화여대·악선재 등을 시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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