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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제니친」의 첫 시집 『프러시아의 밤』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소련의 망명작가 「알렉산드르·솔제니친」이 최근 미국에서 첫 시집 『「프러시아」의 밤』을 출간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모두 1천2백행에 달하는 이 시집은 「솔제니친」이 소련으로부터 추방되기 전인 69년 비밀스럽게 녹음해두었던 것을 「로버트·콩퀘스트」가 번역한 것.
「솔제니친」이 오래 전부터 시를 썼다는 이야기는 있었으나 책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러시아」의 밤』은 대부분의 그의 소설들이 그렇듯 자전적인 작품. 서사시풍인 이 시의 무대는 2차대전 말기의 「프러시아」전장이다. 이 무렵 「솔제니친」은 20대 중반의 열혈 청년으로 전장에서 가장 위험한 정찰대장의 임무를 맡고 있었다.
이때의 소련군들은 독일에 대한 복수의 일념에 불타 가는 곳마다 잔혹한 보복행위를 일삼았다. 「베를린」에 이르는 모든 마을은 소련군에 의해 쑥밭이 되었으며 소련군들은 살인과 강간을 멋대로 자행했다.
『「프러시아」의 밤』은 이때 「솔제니친」이 직접 체험하고 느낀 것들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소련인들이 이때의 참전을 큰 자랑으로 삼아왔으나 「솔제니친」에게 있어서 이것은 잊지 못할 악몽이었음이 이 시에 잘 나타난다. 그리하여 이 시는 승리한 자들의 환성으로 시작되어 희생자들의 울부짖음으로 끝난다.
「솔제니친」이 이때의 일을 시로 쓰고자 생각했던 것은 8년 동안의 수용소생활 때. 석방될 무렵 그의 머릿속에는 1만2천행의 시귀가 기록되고 있었던 것이다. <「타임」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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