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도 '전작권 전환 시기 재검토' 추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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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재검토하기로 한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결정을 인정했다.

 미 연방하원 군사위원회(위원장 하워드 매키언·사진)는 8일 오전(현지시간) 전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5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켰다. 하원 군사위는 국방수권법안에 ‘한·미관계의 증진을 위한 의회의 인식’이라는 보고서를 삽입했다.

 이 보고서 중 여섯 번째 항목에서 하원 군사위는 “한·미 양국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등 역내에 변화하는 안보 환경으로 인해 현재 2015년으로 돼 있는 한국 주도 방위를 위한 전작권 전환 시기가 재검토될 수 있다고 결정했다”며 이를 인정한다고 명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결정한 사항을 그대로 확인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 의회가 전작권 전환 시기 재검토를 사실상 추인했다고 볼 수 있다”며 “부칙 등으로 첨부하는 형태가 아니라 법안의 본문에 포함시킨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 시기를 결정하는 건 국가 간의 조약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 만큼 미 의회의 비준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2015 회계연도 국방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안에 미 의회가 전작권 전환 시기 재검토를 포함시킨 건 미 행정부의 결정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원 군사위를 통과한 국방수권법안은 이달 말께 하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번에 통과된 국방수권법안에는 한·미동맹의 의미도 명확히 규정했다. 하원 군사위가 결정한 보고서에는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 세계의 안정과 안보, 번영의 초석(anchor)이 돼 왔다”며 “민주주의·인권·법치라는 공동의 가치를 동맹의 기반으로 인정하면서 아태 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linchpin)으로서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석’과 ‘핵심축’이라는 단어를 모두 동원한 점도 이례적이다.

하원 군사위는 또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에 대해 “핵무기와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민주주의 및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기반 삼아 평화적으로 통일된 한반도에 대한 비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 회피, 한·미·일 갈등 야기”=이날 열린 하원 군사위 전체회의에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거론됐다. 민주당 소속 로레타 산체스(캘리포니아) 의원은 국방수권법안을 심의하는 전체회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회피할 경우 한·미·일 삼각관계에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측 인사들이 ‘위안부는 필요했다’ ‘위안부는 강제 동원된 게 아니다’ 등의 발언을 하는 건 한·미·일 협력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태지역을 향한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려면 위안부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며 “이를 피하는 것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영향을 끼치고 3국관계에 불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체스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 방문 때 위안부 문제를 ‘충격적인 인권문제’라고 발언한 건 누구의 편을 들어서가 아니라 정의의 원칙을 세우려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발언은 회의록에 그대로 기재됐다. 멕시코 이민 2세인 산체스 의원은 미 하원 내 친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의 공동의장이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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