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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마피아' 이익단체로 변질된 해양구조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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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월호 사고 수습과 관련한 한국해양구조협회의 역할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해경의 구조능력 보완’이란 설립 취지와 달리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비영리 사단법인인 협회가 수익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양경찰청 산하 해양구조협회는 2012년 개정된 수난구호법에 설립근거가 마련됐다. 지난해 1월 해양경찰청의 허가를 받아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설립목적은 해수면에서의 수색구조·구난기술에 관한 교육 및 조사·연구·개발과 행정기관이 위탁하는 업무 등이다.

 문제는 비영리 사단법인인 협회가 회원들로부터 가입비를 받는 등 수익사업에만 매진하고 본래 역할에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협회는 협회·해군·해경이 합동으로 실시하게 돼 있는 구조·구난 훈련을 지금까지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세월호 침몰사고 때 구조협회 회원들이 현장으로 출동하고 구조에 나서기까지 혼란과 시행착오가 되풀이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정부 관계자는 9일 “해양구조협회는 비영리 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민법 제32조를 근거로 설립허가를 받아놓고 해경 등으로부터 회비를 받는 등 구조·구난과는 관련없는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며 “사단법인은 사람이 중심인데 재산중심으로 법인이 운영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양경찰청은 협회 출범 당시 소속 경찰관에게 회원 가입을 권고했다. 김석균 청장 명의로 공문을 내려 해양구조협회의 회원 모집과 수익사업 개발, 재정 확보를 적극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해양경찰관 8000여 명 중 2300여 명이 연회비 3만원을 내고 협회 회원으로 가입했다. 본청 간부 상당수도 연회비 30만원인 평생회원이 됐다. 협회는 지난해 총 20억3649만원을 벌어들였다. 수입내역 중 가장 큰 것은 ‘기본자산출연금’ 11억315만원이다. 회원사와 임원진들이 협회 발전기금으로 기부한 돈이다. ‘회비수입’은 5억9673만원이다. 전체 지출 12억9615만원 대부분은 관리비(5억2326만원)와 협회에서 각 지부에 내려보낸 영달금(약 4억5733만원)으로 쓰였다. 구난사업 지원비와 교육사업비는 각각 1010만원, 4299만원에 불과했다.

 조직이 본래 목적에 어긋나게 운영됐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한국해양구조협회 황대식 구조구난 본부장은 “회비는 조직관리를 위한 최소비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17일부터 가이드라인을 설치하는 등 수색·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하는 일이 없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해양 관련 공무원과 해운업계 대표들을 대거 임원직으로 내세웠다. 이병석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국토교통위원장 주승용 의원, 산업통상자원위원장 강창일 의원, 환경노동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주영순 의원 등이 협회 고문 명단에 포함돼 있다. 이들은 해양구조협회 설립과 운영, 예산 지원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실제로 이병석 부의장은 2009년 4월 당시 한나라당 의원 자격으로 해양구조협회의 설립근거가 된 수난구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11년 12월 국회에서 재석 212명 중 전원 찬성으로 통과된 수난구호법 개정안은 한국해양구조협회의 설립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이 통과된 이후 해경 출신 6명이 협회에 재취업했다.

 부총재에는 해양 관련 기관 대표들은 물론 별 관련도 없는 유명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세월호 침몰 구조를 총괄하고 있는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 구난업체 언딘의 김윤상 대표이사 등이 부총재를 맡고 있다. 언딘은 세월호 구난업체 선정 배경을 놓고 유착 의혹이 제기된 업체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해운조합의 회장, 한국선급의 경영지원본부장도 있다. 이사진에도 해운회사와 해양 유관기관 대표들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간사는 “설립된 지 1년밖에 안 된 단체인데 필요 이상으로 임원진 규모가 크고 해양경찰, 관료, 해운업 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충분히 유착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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