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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의 새공해|변태술집 성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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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파트 단지의 주변환경이 매우 어지럽다. 전문 음식점이라는 간판을 내건 술집들이 요즘 곳곳에 파고들어 밤늦게까지 떠들어대는 소음과 걺은 남녀들의 추태로 입주자들은 밤잠을 설치기 일수고 어린이교육에도 큰 지장를 받고 있다. 이들 술집은 서울 강남지역에 신규허가가 제한되자 기존 허가를 장소만 옮기는 형식으로 아파트 단지로 이전하기 시작, 지난 1년 사이 서울 용산 이촌동 아파트 단지에만도 12군데나 비집고 들어섰다.
이들 전문음식점은 양주, 「코너」·경양식집 등 당초. 허가사항과는 달리 접대부를 고용, 술집으로 둔갑한 것이 대부분.
업주들은 「아파트」 단지가 전용주거지역이 아닌 단순한 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전문음식점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된 법의 맹점을 악용, 낮에는 경양식집, 밤에는 술집으로 변태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업소는 출입구가 좁은데다 한군데 밖에 없고 내부 장식물이 거의 가연성 물질로 되어 있어 대형 화재의 위험마저 안고 있다. 이같은 술집이 가장 많이 들어선 곳은 동부이촌동 장미 맨션아파트로 한 건물 1층의 9개 점포 중 5군데나 된다.
17층 건물에 64가구가 입주해 있으나 1층은 9군데 점포 중 5군데가 술집이다.
밤만 되면 이곳은 20대 쌍쌍이 승용차를 몰고 와 명동의 유흥가로 착각할 만큼 붐빈다.
좁은 길목에 자동차가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자가용들이 장사진을 쳐 업주들이 자체경비원까지 고용, 교통 정리릍 할정도.
피크를 이루는 밤 11시쯤이면 술 취한 남녀가 껴안고 술집을 나서거나 접대부들의 고함소리·크락션 소리는 더욱 요란하다.
이곳에 주점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부터. 「장미의 숲」이란 전문음식점이 시내로부터 이전 해와 영업이 잘되자 다른 업소들도 몰려들게 된 것.
장미「맨션」에 살고 있는 한 대학교수는 무엇보다 자녀들 교육이 걱정된다고 했다. 맹모삼천을 실감, 이사를 하려 해도 말리지도 않는다는 것.
이 교수는 또 「아파트」가 조용하다는 소문을 듣고 연구하기 좋을 것 같아 이사를 왔으나 취객들의 고함소리, 차량 소음 등으로 연구는 커녕,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불평했다.
또 5층의 K모씨는 20대 또는 30대 초반의 남녀들이 자가용으로 이런 곳에 몰려다니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하고 외국의 경우 주거지역은 어린이등도 규제해 가며 안락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있는데 「아파트」 단지에 이렇게 술집이 성업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당국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곳 주민들은 반상회 때마다 이 문제를 들고 나와 당국에 건의했지만 관할 용산구청 측은 현행법상 규제방법이 없다고만 할 뿐 전혀 손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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