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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서 활기 한국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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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3일은 박정희 대통령의 「6·23외교선언」4주년. 체제를 달리하는 국가들의 문호개방을 촉구한 이후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에서의 한국연구열이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다.
종전직후부터 시작된 동구의 한국연구는 「선언」이후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하여 대한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라는 것이 최근 통일원이 발표한 자료에서 밝혀졌다.
통일원이 발간한 김연수박사 (서독「킬」대학교수)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동구제국 중 한국연구를 대학교육으로 택하지 않은 나라는 「불가리아」·「유고」·「루마니아」등 3개국뿐이며 「체코」·「폴란트」·소련에서의 연구「붐」은 놀라울 정도라는 것. 「체코」에서는 50년 「프라하」대학의 「풀터」교수가 중심이 되어 한국어 강좌가 신설된 이래 동양문제연구소에 한국도서실이, 58년에는 한국연구 위원제가 창설되어 65년에 「프라하」대학에 한국학과가 정식으로 설치됐다.
「체코 한국어사전」 「한국문학사」·「김만중의 사씨남정기」 「정철의 시조」등이「체코」어로 출판됐으며 한국어과 졸업생수가 30여명 정도.
「폴란드」에선 종전 후 「오가렉·최」여사가 「바르샤바」대학에 한국학과를 신설한 것을 계기로 활기를 띠기 시작, 「열녀춘향」·「임진록」등이 번역 출판됐다.
동구에서 가장 한국연구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활발한 곳은 소련.
40년부터 70년까지 출판된 한국관계 도서만도 모두 l천1백26종으로 그 내용은 ▲국제관계 2백권 ▲경제1백40 ▲일반상식1백38 ▲정치 1백24 ▲역사 1백10종이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한국고대사에 「호르비오츠」교수 (「레닌그라드」대), 근대사에「슈라예프」교수, 「타가이」교수(이상「모스크바」대), 현대사엔 김교수(「모스크바」대)와 「샤브시나」박사(동방민족연구소) 등.
한국문학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여 「춘향전」 「구운몽」이 지난62년 「투로체비치」와「라프코프」박사에 의해 번역 출판 된데 이어 「장화홍련전」이 75년에 출판됐다.
소련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정치에 활용된 예도 적지 않아 73년부터 변하기 시작한 소련의 대한정책은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외국침략에 대항하는 남한을 원조하는 것이 정치적 도덕』이라고 강조한 「메리니코프」교수의 주장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분석.
남한문제전문가로는 정치문제에 「마르로프」교수, 경제에 「시니틴」교수, 「카자케비치」박사, 역사에 「훈」박사가 비교적 널리 알려진 학자들로 이들의 연구결과는 소련의 대 북괴정책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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