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안해저의 비밀…어떤 선박일까-「고대선박」전문가들 의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전남 신안 앞바다의 원대유물 인양현장에 배가 가라앉아 있다는 소식은 온 국민의 흥미로운 화제. 극동지역에서 고대선박을 끌어낸 예가 없는 까닭에 해외학계에서까지 매우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선체확인에 대한 갖가지 소문은 장님 코끼리 더듬기 같은 수수께끼. 과연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배가 여기 침몰했을까. 이점 김재근 박사(서울대공대·조선공학) 방동인 교수(관동대학·역사지리)등 선박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간추려 본다.

<소문의 발단>
배가 있다는 얘기는 이미 도굴꾼들의 입에서부터 퍼졌고 지난가을 해군의 잠수작업 중 난간이 있더라는 데서 구체화했다. 그래서 항간에선 서로 만져 본 듯 배의 크기와 펄흑 속에 묻힌 상황을 갖가지 상상력으로 그려냈지만 막상 아무도 정확히 확인한 사람이 없다. 그 20m 물 속은 감탕이 심히 일어 시계 「제로」. 칠흙 속에서 잠깐동안 더듬어 본데 불과하기 때문에 배의 형태와 크기 등에 대해선 억측일 뿐. 미국에서 초빙한 전문가 「돈·키드」 박사도 두 번이나 잠수해 봤으나 『10여 차래 더 들어가 봐야 좀 알 수 있을 것 갈다』는 정도다. 그리고 다시 인근 해저에도 또 다른 침몰선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원대의 선박>
유물로 보아 연대추정은 13∼14세기께. 곧 원나라의 배는 따로 발달되지 않아서 송나라 선제를 이어받고 있었고 황하유역보다는 단연 양자강 이남의 배가 우수했다.
중국의 고대선박에 관한 기록으로는 11세기(송) 때의 『무경절요』에 6종의 선박이 소개돼 있고 17세기(명)의 『무비지』에 앞의 6종을 비롯하여 32종이 설명돼 있다. 물론 그것들은 전선들인데 당시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병선과 상선은 겸용하는 게 통례.
그중 해외무역선으로 가장 적합한 것은 복선. 복건성 일대의 지방색을 지닌 대형의 배다. 1백 명이 넉넉히 탄다고 하였으므로 배의 길이 1백척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무역선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항주(절강성) 남쪽이 복건성이므로 복선의 지목에는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

<복선의 특징>
『무비지』에 기록된 복선의 특징은 광동선과 엄격히 구분된다고 했다. 광동선은 「티크」같은 단단한 나무(철력목)로 만들었기 때문에 수리하기 곤란하고 배 밑이 뾰족하여 외양에 나가면 요동이 심하다. 이에 비해 복선은 소나무나 삼나무로 배를 지은 범선으로서 먼 항해에 알맞다. 그 높고 크기가 누각 같으며 물에 잠기는 끽수가 깊어짐을 많이 싣는다. 뱃머리는 들려서 입을 벌렸고 선미가 한층 높이 솟았는데 그 위에 3중의 누를 설치하였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거룻배나 판옥선처럼 넓적한 형태가 아니라 앞뒤가 번쩍 들려 뱃전(현판)이 원호로 생긴 것이다.
다만 순풍 순조에는 날듯이 달리나 회전이 둔하고 인력으로 움직여지지 않기 때문에 내해연안에서는 매우 불편한 배다. 그래서 대복선 이외에 소형의 감초선 동선이 많이 이용된다고 했다.
그밖에 절강성지역의 특색 있는 해운용 선박은 사선이다. 이 배는 남양에서는 불편하지만 북양이나 대소항만에선 편리하다고 했다.
신안 앞 바다의 잠수에서 배의 난간이 발견됐다고 한다면 그것은 선미, 망누가 아닐까. 지난가을 송판에 대못이 박힌 어떤 부재가 나온 것도 다분히 본선을 연상케 하고있다.

<침몰상황>
임자도 물 속의 유속은 해도상에 표시된 것이 약5「노트」. 시간당 약9㎞의 속도로 바닷물이 밀고 썬다. 또 6∼7월이면 중부와 남부에 걸치는 서해안일대는 극심한 안개가 낀다. 해변에 순식간에 밀어닥치는 해무는 돛대가 안 보이는 정도다. 거기다 8월 이후엔 역풍이 불고 태풍이 자주 몰아친다. 그래서 예부터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선박은 으례 흑산도부터 우리나라 사람의 안내를 받아 육지에 접근한다.
만약 신안 앞바다의 침몰선이 일본 등지로 왕래하던 중국무역선이라면 역풍에 밀려 왔거나 태풍으로 긴급 대피처를 찾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임자도 일대엔 좋은 포구가 없으며 심한 경우엔 군산 앞의 선유도로 찾아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낯선 땅의 해로에 어둡고 급류에 휘말렸다면 난파될 가능성이 많다. 더구나 임자도 물목엔 암초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해저의 유물이 넓게 흩어져 있는 것을 보면 좌초당하기 보다 태풍에 조난 당했을 가능성이 많다. 풍랑을 이기지 못하면 배의 화물을 순식간에 바다에 던져버리는 까닭이다.
그럴 경우 배는 해저에 비스듬히 누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옛날 배는 상장(갑판)이 튼튼하지 못하므로 배가 유수에 밀려다니는 동안 뱃속에 적재했던 화물이 밖으로 흩어져 나왔을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이 배의 실제인양에는 3∼4나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종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