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에 있는 전술 핵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은 한국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도 4∼5년 사이에 완전 철수할 것이라고 한 「워싱턴·이브닝·스타」지의 보도는 아직까진 그 진실여부를 확인할 도리가 없다.
다만 지금 현재로 확실한 것은 「카터」대통령이 선거유세 때 그것을 공약의 하나로 내세웠었다는 사실과, 지난 14일 그 문제가 하원 외교위 비밀청문회서 논란되었다는 것뿐이다.
만일 그 핵 철수론이 해·공군용을 제외한 부분철수의 경우라면 지금까지의 전술 핵 억지기능엔 양적 축소가 있을지언정 본질적인 변화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전면철수일 경우라면 문제는 미국이 생각하듯 그리 간단치만은 않을 것이다.
「카터」대통령의 한반도 군사전략 입안에 큰 몫을 차지했다는 「브루킹즈」연구소의 「배리·클래크먼」이나 「랠프·클라프」같은 사람들은 『전면 철수해도 괜찮은 이유』를 그 나름대로 낙관적으로 제시한 적이 있기는 하다.
한국에의 전술핵무기 반입은 중공군의 남침개입우려 때문이었으나 이젠 그럴 염려가 없어졌으니 철수해도 좋다는 논거에서다. 북괴의 단독 남침쯤은 재래식 군사력만으로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그러한 견해들은 너무나 미국적이고 대국주의적인 관점임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극동에서의 소련의 남진을 저지한다는 점에서 미·중공사이의 적대관계가 암묵리의 공동이해관계로 변모되었다는 사실은 우리도 모르진 않는다. 또 북괴가 남침하더라도 미 지상군이나 미 전술 핵이 직접 자동적으로 개입되는 것만은 바라지 않는 듯한 미국의 눈치를 전혀 모르고 있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전술 핵을 빼가야, 또는 빼가더라도 큰 문제는 없겠지 하는 것은 미국인의 여유있는 낙관론일진 몰라도, 당사자인 우리 한국인은 그런 미국적 전략구도로는 방심할 수가 없다.
한국에 있어 단 한번의 전투재개는 측량할건 없는 민족적인 대 참극을 의미한다. 때문에 우리가 막고자하는 것은 바로 그 『단 한번의 남침』인 것이며, 그것을 철저히 억지하기 위해선 미국의 전술핵우산까지가 요구되고 있는 현 싯점인 것이다.
이 시점에서 왜 굳이 미국의 전술핵우산이 필요한가.
그것은 전술 핵까지를 포함한 최상의 남침격파능력이라야 북괴의 섣부른 불장난을 사전에 억지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이미 북괴의 호전성은 정상인의 상식을 이탈했고,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중공이나 소련도 어쩔 수 없이 북괴를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태는 한국의 안보위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곧 미국 세계정책 자체의 좌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때문에 만약 미국이 정말로 전술핵무기를 전면 철수하려 한다면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한반도 전쟁재발의 최상급 억지수단 구실을 해오던 전술핵무기는 불가불 「다른 조달방법」에 의해서라도 이 땅에 존속되어야 한다는 이론이 제기될지도 모르겠다.
그 「다른 조달방법」이란 물론 미국의 핵 확산방지정책을 위해선 달갑지 않은 사태이기가 쉽다. 또 한국으로서도 미국이 핵무기를 완전 철수하지만 않는다면, 굳이 그런 사태를「최선의 최선」으로 간주하진 않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할 탓이다. 「필요가 없어서」란 이유로 안출된 핵 철수 때문에, 오히려 한미가 다같이 바라지 않는 한반도의 핵 확산이 촉발되지 않도록 미국은 좀더 신중히 숙고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