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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가 방매되는 미국 "박사 값은 84만원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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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때 한국에서 「화남대학박사」소동이 난적이 있었다. 내노라하는 저명인사들이 「홍콩」의 「화남대」라는 데서 수백「달러」를 주고 박사학위를 사들인 것이 들통이 나서 사회적인 망신을 당한 사건이다.
만약 지금 그런 사건이 났다고 가칭하면 아마도 학위수여대학은 화남대학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웨스턴」 대학이거나 아니면 미국의 수많은 다른 「박사방앗간」일 것이다. 그 이유는 한국교포들이 가장 많이 살고있는 「캘리포니아」주 안에는 박사학위를 생산·판매하는 소위 「대학」이라는 것이 적어도 1백23개가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지 보도와 「통신대학」이라는 책에 따르면 「스티븐즈·맥나마라」라는 「박사」가 경영하는 「캘리포니아·웨스턴·유니버시티」는 학위를 팔아서 1년에 매상고를 2백만「달러」정도 올린다. 학위는 박사뿐 아니라 석사·학사까지 찍어서 판다. 값은 학사가 1천4백75「달러」(73만7천원), 석사가 1천5백75「달러」(78만7천원), 그리고 박사가 1천6백 75「달러」(83만7천원)라고.
「캘리포니아」주 법은 부동산 5만「달러」이상 소유자에게 박사학위 수여자격을 갖춘 학교의 설립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 부동산은 자기 집이라도 좋으니까 생각만 있으면 웬만한 사람은 대학총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돈만 내면 학위 받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다. 집에서 책을 보고 답안을 쓸 수 있는 간단한 시험을 치는 수도 있고 생활전선에서 얻은 경험을 적당히 「초칠」하여 논문대신 제출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박사학위신청서에 인적사항을 적어내는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웨스턴」대학의 「스티븐즈·맥나마라」총장은 자기 대학의 학위증도 「스탠퍼드」대학과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학위를 인쇄하는 인쇄소에서 찍어온다고 자랑한다.
학위를 받은 사람은 졸업기분을 돋우기 위해서 원한다면 학위취득기념 반지도 살수 있다.
어떤 상품이든지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다. 학사 학위가 있으면 승진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한 회사의 중간간부들, 박사학위로 무장하면 출세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판단한 선생들과 교육행정가들, 당장 다음주의 취직을 위해서 학사 학위가 필요해진 젊은 건달들 등등의 수요자들을 유혹하는 광고가 연일 난다. 「학위방앗간」은 단속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은 소비자가 고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소정의 가격을 지불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샀으니까 소비자보호국이나 단체 같은데 제소를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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