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가가치세 실시 성패 여부는 물가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간접세제의 근본적인 개혁을 뜻하는 부가가치세제가 7월1일부터 드디어 출범하게 됐다. 문제가 발생하면 고쳐가며 항행한다는 식이다. 항로에 미지수가 너무나 많다. 아직 일본에서조차도 자신이 없다하여 출범이 보류되고 있는 부가세가 우리풍토에서 어느 정도 순항을 할 수 있을지 아직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충격과 동요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보완대책이 나왔으나 그것만으로 안전항해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부가세호의 항로가 난「코스」임은 이미 앞서 출범한 EEC제국의 경험에서 충분히 실증되었다. 보완대책도 결국 구명「보트」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다행히도 마지막 단계에서 세율의 대폭인하가 단행되어 한결 안전도가 높아졌다.
13%의 기본세율은 확실히 높았다. 부가세에 흡수되는 8개 간접세의 세수를 역산하여낸 수자라 하지만 13%는 수준도 높을 뿐 아니라 계산도 복잡하다. EEC동에선 처음 7∼10%정도로 출발했다.
마지막 조정단계에서 경제각료「팀」은 13%의 세율을 l2%정도로 내려 출발하는데 거의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가세의 세율을 1% 내리면 물가충격은 1%정도 낮아지지만 세수가 2백억∼3백억원씩 달아나므로 행정적 차원에선 좀체로 내리기가 어렵다.
13일 청와대연석회의에서 『처음 부가세가 실시되는 만큼 세수가 다소 어렵더라도 안전하게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박 대통령의 지시로 10%로 세율인하가 단행되었다는 후문. 정부의 계산에 의하면 3%의 세율인하로 세수는 약6백억원이 줄어드는 대신 물가충격은 3.8%정도 내려갈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수감소는 당초 들어올 것이 약6백억원 정도 준다는 것이지 금년예산상의 세수에 결함이 난다는 것은 아니다. 부가세의 실시에 앞서 금전등록기 설치 등으로 과세양성화가 생각보다 훨씬 많아 이미 13%의 세율로 짜놓은 추경세수에는 지장이 없다.
부가세제는 일종의 세금연좌제 같은 것이어서 모든 거래가 양성화되므로 틀림없이 세수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물론 부가세로 인한 세수증가는 탈세분의 징수가 많으므로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세수부담과 가격상승률 가져오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간접세는 어떻든 최종소비자가 물어야하기 때문이다. 간접세는 소득수준에 관련 없이 똑같이 부담되므로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에게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정부계산에 의하면 10%의 부가세를 실시하면 현재의 간접세보다 부담이 적어 0.1%의 물가「마이너스」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세의 실시로 물가가 내려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사태는 일어날수가 없다. 이는 부가세로 인한 과표 양성화와 심리적 효과를 너무 과소평가한데서 나온 수자적 유희가 되기 쉽다.
유통과정이 전근대적이고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시장여건에선 제도의 변경은 바로 물가동요로 나타난다.
금년들어 금전등록기설치 의무화만으로도 벌써 값이 올랐지 않은가.
정부가 부가세실시로 물가가 내린다는 계산근거는 가령 쌀가게가 1%의 영업세를 물던 것을 완전면세가 되므로 쌀값이 내린다거나 전기제품 값이 세율인하로 내린다는 것 등에서 나온 것이다. 또 편승인상이 없다는 전제이다. 과연 그렇게 될지는 매우 의문이다.
정부의 종합보완대책은 가격통제와 물량공급증가·통화안정·「코스트」절하 등 전통적인 물가정책을 모두 망라하고있다.
5백억원의 재정증권 추가발행·5백억원의 양곡기금상환은 재정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고 금리인하는 「코스트」절감에 목적을 두고있다. 재정적자의 최소화를 위해선 정부 스스로가 좀더 절검하고 예산의 효율화를 기해야 할 것이다.
외환사정의 호전으로 수입증가에 의한 물량공급과 통화환수를 도모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수입담보적립률 인하·수입한도제 철폐·수입금지 및 제한의 완화·관세율 인하·보세구역확대·관세환급제 개선 등의 조처를 취했다. 이 조처로 약 3억「달러」정도의 수입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러한 시장기능에 의한 물가안정과 병행하여 95개 품목의 최고가격지정·1백57개 품목의 독과점 품목 가격규제 등으로 물가의 직접통제도 강화했다.
새로운 제도의 실시는 항상 마찰과 저항을 받게 마련이다.
이를 잘 순화시켜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정책당국과제가 될 것이다. <최우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