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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기배 소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피 없는 논 없고, 도둑 없는 나라 없다』는 속담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도둑은 잡초 같은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기생·창궐하기 때문에 여간해선 근절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하겠다.
특히 현대 도시사회에 있어선 깡패조직 등과 함께 도둑은 하나의 사회 병리적 편의집단으로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 시민생활을 일상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경찰에 검거되어 전국 26개 교도소와 3개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수만 명의 도둑 말고도 현재 범죄행각을 벌이고 있는 조직·비조직의 도둑들(강도제외)이 무려 2만명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매치기·날치기·들치기 그리고 요새는 이른바 차치기 등 각종 치기배들의 행패가 날로 심해가고 있으니 선량한 시민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 거의 도둑노이로제에 걸려있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3일 김 내무장관이 전국 경찰에 모든 치기배와 폭력배에 대한 무기한 소탕령을 내리는 한편, 도둑이 빈발할 경우 관할 경찰서장 등을 문책하겠다고 밝힌 것도 치기배들의 극성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를 단적으로 입증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사실 요즘 「버스」안이나 「버스」정류소·극장·다방·관광지·역·시장 심지어 백주 대로에서 시민들 가운데는 지갑이나 시계·「핸드백」·가방 등을 한두 번 날치기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범죄수법도 점점 지능화 되고 조직폭력화 되어 자가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행인들의 물건을 낚아채는 「차치기」가 부쩍 성행하는가 하면 「버스」안에서 4,5명씩 작당하여 면도칼을 마구 휘둘러 승객들의 얼굴을 난자하기도 하고 뒤쫓는 피해자와 경관에게 그야말로 적반하장 격으로 흉기를 들이대고 반항하는 등 갈수록 포악해지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바와 같다.
치기배와 폭력배들의 이 같은 방탕 무인한 기승 앞에 불안·공포에 찬 일상을 살고있는 시민들이 김 내무의 치기배·폭력배 무기한 소탕령을 환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앞으로 과연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 것이며, 또 얼마나 오래 동안 지속될 것인지 두고 봐야하겠다.
바로 2년 전 6월 중순에 조직적 치기배들에 대한 일대소탕작전이 검찰지휘로 이뤄진 일이 있었다.
검찰당국이 전국 23개 소매치기단의 계보와 무려 1백50여명에 이르는 치기배 명단을 밝혀내고 억대에 이른 장물과 또 이 범죄조직의 후견인 노릇을 해온 경찰관 수십명을 조사·구속하는 등 조치를 취했는데도 어느 사이 치기배들은 다시 고개를 들고 날뛰고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최근 경북도경의 적잖은 경찰관이 치기배들과 「검은 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드러나 국립경찰의 「이미지」에 다시 한번 먹칠을 한 것은 어찌된 일인가.
그렇지만 경찰로서는 이번 일로 사기가 저하되거나 위축되는 일없이 비록 소수이긴 하나 전체 경찰의 명예를 오욕케 한 이번의 부조리요인을 말끔히 씻고 신뢰받는 경찰상 확립을 위해서도 앞으로 치기배 소탕에 더욱 분발해야 하겠다.
본 란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바 처럼 검거야말로 최고의 범죄예방법이며 모든 도둑은 반드시 잡혀 법의 심판을 받고 만다는 실증을 이번 기회에 정착시켜야 한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도둑으로 인한 공포 속의 일상생활에서 보호하는 것은 경찰의 존재의의의 「알파」요 「오메가」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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