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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기업의 도산<이해득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도산은 기업의 비극일 뿐 아니라 국민경제의 불행이다. 기업 도산은 자원낭비·신용질서의 교란·실업증가 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큰 기업이 도산할수록 그 연쇄파문은 커진다. 연쇄도산이 나올 수도 있다. 때문에 어느 나라나 정부에서 기업 도산을 막기 위해 세심한 감시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자극·경종 될 수도>
그러나 기업 도산은 자유경제체제에 있어선 불가피한 현상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기업 도산을 통해 기업의 적자생존과 생산성 향상·산업합리화 등이 이루어지는지 모른다. 기업 도산은 영원히 계속되는 자본주의 경제의 정화작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도산은 기업에 대해 부단한 자극이 되며 보다 나은 발전을 위한 채찍질이다. 그러나 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도산은 경영수완의 낙제를 뜻한다.
기업 도산은 불황의 장기화와 더불어 부쩍 늘고있다. 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했던 「오일·쇼크」후의 불황기를 통해 많은 기업이 쓰러지고 일어났다. 소위 기업의 구획정리가 이루어진 것이다.
일본에서 76년 한해 동안의 기업 도산을 조사한 결과 총 도산이 1만5천6백41건에 이르러 일본 전 기업의 1%에 육박했다. 우리 나라에선 기업전체에 대한 것은 없고 중소기업의 도산 통계만 있는데 76년 한해동안 휴·폐업업체가 2천3백9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전 조합원의 3.2%로서 일본의 도산 율보다 높다. 우리 나라에선 도산은 대개 중소기업에서 일어난다.
큰 기업은 여간해서 도산되지 않는다. 우리 나라의 기업 도산은 은행이 계속 자금지원을 해주느냐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큰 기업일수록 은행부가가 많고 이를 도산시키면 사회적 충격이 크기 때문에 좀 체로 도산이란 파국으로까지 몰고 가지 않는다. 은행이 수지개념을 떠나 기업이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계속 지원한다. 은행의 민영화가 안되어 있고 정부의 은행이기 때문에 가능한 길이다.
이런 점은 큰 기업이 경영 잘못으로 하루아침에 쓰러지는 구미와는 대조적이다. 일본도 대형업체들이 도산하는 경우가 많다. 도저히 수지전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깨끗이 도산시킨다. 뻔히 안될걸 알면서 끌고 가는 것보다 도산을 시키는 것이 국민경제에 훨씬「플러스」가 된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 나라 기업은 훨씬「리스크」가 적은 셈이다.

<정부의사 큰 비중>
그러나 경영실적이나 사업성에 의해 기업 도산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나 정부의 판단여하에 좌우되므로 상업「베이스」에 투철한 기업인으로선 사고에 혼란이 올 수도 있다. 76년 중 중소기업의 휴·폐업 원인을 보면 자금난이 39.6%로서 가장 많고 다음 판매부진 24.9%, 전업 10.3%등으로 나타났다.
도산은 최종적으로 자금난에 기인되는 것이지만 자금난에 의한 도산이 전체의 40%가까이 된다는 것은 자금융통을 얼만큼 잘하느냐하는 것이 우리 나라 경영인의 능력기준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자금융통 능력은 우리 나라 기업과 같이 개인자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재무구조에선 돈줄을 쥐고 있는 정부나 은행과 얼만큼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느냐가 열쇠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74년도 도산 기업의 유형별 원인을 보면 판매부진 39.9%, 누적적자 7.4%, 매출금 회수곤란4.0%등으로 소위 불황형 도산이 51.3%이고 다음 방만 경영 23.6%, 연쇄도산 11.5%, 과소 자산7.6%, 실비투자과대3.2%, 지원단절 1.0%, 우발 도산1.3%, 재고상태 악화0.4%로 나타났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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