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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민통」과 「민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역별로 있는 순수한 교포단체 외에 정치활동을 하는 교포단체는 그 이름이 가지가지여서 교포들 자신들도 헷갈린다. 「협회」「연맹」「협의회」「동지회」「전선」「국민회의」「연구회」위에는 흔히「통일」「민주」「자유」가 붙고 심지어는 「구국향군」이나 「4·19정신」까지 붙는 단체도 있다.
그래서 어떤 교포는 『해방직후에 난립했던 정당·사회단체를 방불케 한다』는가 하면『그렇게 정치에 열을 올리려면 국내에서 하지 않고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다.
하고많은 단체 중에 주축을 이루는 것은 「한국 민주통일 촉진국민회의」다. 약칭「한민통」으로 통하는 이 단체는 73년7월「워싱턴」에서 김대중씨가 참석한 가운데 창설됐다. 대표는 작년8월까지 김재준 목사였으나 현재는 안병국씨(침례교회 목사)다.
「한국 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회복」「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촉진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내건「한민통」은 1년 전엔 미국정계 요로에 편지 보내기 운동을 전개했으며, 미국의 방송국을 빌어 「한민통 특별방송」도 했다.
그러던 「한민통」은 최근 회원중의 친 북괴인사가 떨어져나가 「민주사회건설협의회」를 구성함으로써 두 갈래로 나뉘었다. 지난 1월 발족한 이 단체는 약칭「민건」.
「민건」간부는 전 해군참모총장 이용운·예비역 준장 최석남·「워싱턴」의 「갈릴리」교회 목사 신대식씨. 그밖에 열성「멤버」로는 「호텔」식당근무의 이흥로, 인쇄소 근무의 장성남, 전자기술자 황보우 등이다.
「한민통」은 반정부 단체임을 표방하고 있는데 반해서 「민건」은 친 북괴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
「민건」의 회장은 선우학원씨. 「미주리」주 중앙감리교대학 교수인 선우씨는 해방직후부터 미국의 정치단체에 관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74년4월에 열렸던 재미 한국기독학자회의 준비위원장으로 사회를 맡아보던 중에는 김일성을 경칭으로 불렀다해서 참석자의 항의를 받은 일이 있다.
「민건」의 실력자로는 「워싱턴」의 치과의사 노광욱씨가 있다고 교포들은 알고있다.
「민건」은 지난4월1일부터 3일간「뉴욕」에서 한국문제「세미나」를 가졌다. 이「세미나」에선 6·25전쟁이 한국의 북침으로 일어났다는 주장이 나와 「한민통」에선 펄쩍 뛰었다. 김상돈씨가 공산주의자를 경계하자는 성명을 낸 것도 이런 일들이 겹친 때문이다. 「민건」은 「뉴욕」에서의 「세미나」를 광고할 때「시노트」신부이름까지 집어넣어 지방 여행 중이던「시노트」가 노발대발 항의하는 바람에 나중에 이름을 삭제하기도 했다.
「민건」이탈의 싹은 일찍부터, 보였다. 내년「워싱턴」에서 김대중 납치사건 기념모임이「메이플라워·호텔」에서 열렸다. 그 자리에서 「시노트」신부는 신장발언을 통해 일부 분자들이 자기를 「미친 사람」이라고 비방한다고 일갈했다. 그러자 거기 있던 어떤 참석자가 「시노트」를 향해서 『저 사람 누구냐』고 응수해 장내는 혼란이 일어나고 말았다.
졸지에 일어난 이 사건에 대해 한 참석자는 『한민통 안에 「시노트」신부를 귀하게 받드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를 대단치 않게 어기는 사람이 있어 이것이 주도권 문제와 얽혀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민통의 준비모임이 있을 때도 최석남씨가 망명정부를 세우자는 얘기를 꺼내, 『망명정부 운운은 돼먹지 않은 소리』라는 몇몇 사람의 반대로 쑥 들어갔다.
한민통 창설 직전의 일이다.
임창영씨(전「유엔」대사·현「뉴펄츠」대학교수)는 노광욱씨와 함께 북한을 방문할 계획임을 공표 했다. 이를 주변의 몇 사람이 간곡히 만류해 후에 임씨는 이 계획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한민통은 발족 때부터 하나로 순수히 운영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한민통의 일부회원은 『순수한 민주화투쟁에 「민건」사람들이 침투하여 순수한 운동을 김일성의 이름으로 교란하고 있다』고 못마땅해 하고있다.
그렇다고 한민통과 민건이 확연히 구분되는 것도 아니다. 두 단체에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임창영씨의 경우)어느 쪽인지 명백치 않은 사람도 있고 상대모임에 대한 비판의 도에도 큰 강약의 차가 있다.
명백한 것은 「카터」의 「북괴여행제한철폐」이후 민건 활동이 촉진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민통은 「워싱턴」에서 가끔 발간되는 「한민 신보」(발행인 정기용)에 글을 많이 싣고 「민건」은 「뉴욕」에서 나오는 「해외 한민 보」(대표 서정균·주필 고원)와 연결이 깊다. 「해외 한민 보」는 격주간이나 한 달에 한번쯤 나올 때도 있다. <끝> 【뉴욕·워싱턴·로스앤젤레스 지사 합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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