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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군…너무 심각한 모험이다"|미 언론, 주한 미 철수논의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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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볼티모·선 사설>
「싱글러브」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전략적인 우려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존·베시」(「유엔」군 사령관)도 「파-이스턴·이커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도 철군을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브라운」합참의장도 『미국의 군사적인 존재가 북괴의 침략을 억제하고 있고 따라서 동북「아시아」지역전체의 안정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카터」행정부에서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헨리·오웬」과 「찰즈·슐츠」까지도 1년 전에 장기적으로는 철군을 찬성하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는 미군의 존재가 전쟁을 방지한다고 지적한바 있다. 일본의 안전이라는 것은 주한미군을 철수하는데 고려돼야할 지공학적인 요소의 일부에 불과하다.
안정요소로서의 주한미군이 중공·소련·일본의 이익에 봉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유권자들은 미군철수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지금 서울에서 철군협상을 하고있는 「하비브」차관과 「브라운」장군은 미국이 북괴의 남침을 저지하는데 필요한 공군 및 해군지원과 한국군의 증강지원을 강력히 공약해야 한다.
그리고 「카터」대통령은 이런 시기에 자신의 철군결정이 태평양정책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선언하여 한국·일본·소련·중공 심지어는 미국 장군들의 걱정을 해소시켜야 한다.

<볼티모·선 해설>
「싱글러브」사건을 계기로 해서 「카터」대통령의 주한미군철수가 너무 심각한 모험이 아닌가라는 국민들의 논란이 시작됐다. 「워싱턴」의 군부지도층을 포함한 정부관리들은 4∼5년 이내의 주한미군철수가 「조심스런 모험」이라고 본다.
지금까지는 「카터」대통령의 「싱글러브」장군 견책이 큰 기사였지만 이제부터는 「브루킹즈」연구소의 연구보고서를 닮은 철군 안이 과연 타당하고 현명한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철군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일단 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소련과 중공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북괴가 한국을 침공할 것이라는 비판론을 펴고 찬성 논자들은 지금은 1950년과는 사정이 다르고 북괴는 미군의 공약을 의심치 않으며 미 공군과 해군력이 북괴의 도발을 억제할 것이라고 믿는다.

<월·스트리트·저널 사설>
「카터」대통령은 「앤드루·영」「유엔」대사가 말썽을 부릴 때는 어지간히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러나 「싱글러브」사건에서는 그것이 「맥아더」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맥아더」사건으로 확대시켜 놓았다. 「맥아더」는 명령을 직접 위반했고 「싱글러브」는 개인적으로는 불만이지만 철군명령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분명히 우리는 민간우위를 유지하고자한다. 그러나 최종적인 주권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다. 만약 현지의 장군들이 정말로 철군에 위험을 느낀다면 국민은 그 진상을 알아야 한다. 「싱글러브」가 「카터」대통령에게 저지른 잘못은 「카터」에게 철군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씌운 것이다. 「카터」의 철군결정은 연구나 군사적인 충고를 바탕으로 하여 결정되지 않고 선거기간에 일부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었다. 철군 후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면 「카터」는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릴 수가 없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 해설>
「카터」대통령이 「워싱턴」에 앉아서 철군을 결정할 때는 자기 나름의 논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 보면 그 철군이 그렇게 합당치가 않다는 생각을 갖게된다.
철군은 철군이 노리는 목표를 달성할 것 같지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다.
그러나 사실은 철군으로 인해 미국에는 큰 전략적 중요성이 있는 한국에서의 전쟁위험이 증가된다. 철군으로 한국주변의 균형이 무너지면 미국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및 중공과의 관계까지 손상을 받게 된다.
미군을 한국에 계속 주둔시켜야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미군이 전쟁을 방지하고 한국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미 지상군이 주둔하고 있으면 전쟁이 일어날 때 미국의 개입이 보장되지만 공군이라는 것은 간단한 신호하나로 훌쩍 날아가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이 생각하기로는 지상군과 함께 전술 핵무기까지도 철수한다는 것이다. 철군을 생각하기 전에 남북한간의 관계개선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가령 북괴가 한국의 불가침 조약제안을 수락한다면 미군은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고도 철수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간에 긴장이 완화되면 한국의 국내정치도 완화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사설>
백악관은 「카터」가 「싱글러브」소장을 엄하게 다스린 것은 북괴가 그의 발언 같은데서 고무 받을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북괴가 남침 같은 중대사를 결정하는데 장군 한 명의 말을 토대로 하리라고는 믿을 수 없다.
우리가 생각하기로는 북괴는 자기들 나름대로의 한국 군사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있고 북괴가 미국의 공약을 판단하는 데는 앞으로 미국이 한국에 얼마나 강경하게 공약을 재확인하여 줄 것인가에 좌우된다고 본다. 그리고 북괴는 미국공군과 해군을 저울질할 것이다.
「카터」의 철군계획은 확고한 선거공약이었다. 정부안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의 협의를 거쳐서 정책이 결정됐고 「하비브」일행이 출발하려 할 때 「싱글러브」가 문제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싱글러브」는 「맥아더」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카터」는 「싱글러브」를 「맥아더」같이 대접함으로써 사건을 실제보다 한층 크게 만들었다.

<워싱턴·포스트 해설>
「카터」대통령이 「싱글러브」소장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린 것은 한국지도자들에게 미군은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행정부 관리들은 말했다. 「싱글러브」소장은 「카터」행정부가 한국 지도자들에게 주한 미군 철수가 확고부동하다는 점을 알리고 있는 중에 문제의 발언을 했다.
만약 「카터」가 「싱글러브」를 미지근하게 처벌하면 한국은 철군계획이 아직도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오해할지도 모른다고 「카터」행정부는 걱정했다. 많은 미국장교들은 만약 월남 지도자들이 결국은 지상전투는 월남이 담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달았더라면 월남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카터」대통령은 한국 지도자들에게는 미군 철수의 방침을 분명히 전하고 싶었다. <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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