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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뉴욕」의 어떤 모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4월, 「뉴욕」에서 있었던 일-. 미국의 한 반한 단체가 대대적인 반한 운동의 계기를 마련하려 했다. 해외의 반한 세력들을 한자리에 모아 반한 제전을 갖는다는 계획이었다.
중구난방·천방지축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한 마디, 두 마디씩 제가 끔의 목소리들로는 큰 효과를 거둘 수 없으니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그 목소리를 증폭시켜 한바탕 미국사회를 반한 여론으로 휩쓸어 보겠다는 계산으로 마련된 모임이었다.
「신한 미 정책방향위원회」가 주최한 이른바 『미국의 대한정책에 관한 회의』-.
발기인은 목사「폴·아멜스」, 「하버드」대 생물학교수「조지·윌드」, 「워싱턴」대 교수「마크·셀든」, 「유엔」자문관인 「루드·콜미」, 신부「시노트」, 「캐나다·맥길」대 교수「새뮤얼·누모프」, 그리고 공산당원「보·컴브리아」등 7명이다.
이 회의에는 재일 반한 세력인 이른바「베트콩」파의 정준태·배동호도 참석하려다가 일본정부의 재 입국불허로 좌절됐다.
이 집회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이들은 지난1월23일「뉴욕·타임스」지에 광고를 냈다. 『한국은 우리의 책임이다』라고 제목을 단 이 광고는 수천 명의 반체제인사들이 한국의 감옥에 투옥되어 고문을 당하고 죽어간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정부를 비난하고 주한미군의 철수를 촉구했다.
물론 4월의 모임에 뜻을 같이하는 미국시민들이 적극 참여하라는 뜻이 빠질 리 없었다.
이렇게 석 달 전부터 계획된 모임은 4월1일 정오「뉴욕」주재 한국 총영사관 앞에서 20여명이 참석한 가두기도회의 시위로 시작됐다. 이어 「뉴욕」의 「유엔」본부 앞에 자리잡은 「처치·센터」8층 회의실에서 기자 회견과 성명서 낭독의 절차를 가졌다.
모임의 핵심인 토론회는 2일과 3일 각각 40명 정도의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①주한미군의 철수와 핵무기의 철거 ②대한 군원의 중단 ③미·북괴간의 직접협상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 회의엔 임창영(전「유엔」대사·현「뉴펄츠」교수) 이용운(전 해군참모총장) 최석남(전 통신감·예비역준장) 고원(시인·「뉴욕」시립 대 조교수·「해외 한민 보」주필)·윤이상·강석원·한남인·박기식(전 공무부)·임병규·차상달·선우학원씨 등 한국인 교포도 참석했다.
이들은 거의 반한 단체의 모임에 직업처럼 나가는 사람들이며 최석남씨는 『주한미군의 즉각 절수』를 외쳐대는 사람이다. 여기에 마침 참석했던 일본사회당 부위원장「야마모또·고오이찌」와 「아오지·신」은 『미국이 북괴와 직접 협상해야한다』고 음조를 맞췄다.
이렇게 회의는 「반한」이 「친 북괴」로 교묘하게 접목되는 양상을 그대로 실연했다.
미국 공산당원「컴브리아」와 작년에 평양에 다녀와 김일성 찬양책자를 내놓은 「새뮤얼·누모프」교수 등의 책략은 순진한 반한 인사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듯 했다. 한국 인권문제에 비판적인 인권운동가들이 앞장설 때 모임은 여론의 호응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컴브리아」의 불순성이, 그리고 북괴 UN대표부 요원접촉설이 나돌자 일부 반한 미국인이 합석을 기피하게 됐다. 「시노트」는 중도에 탈퇴했으며, 한국이라면 입에 거품을 무는 「레이더드」전국무성 한국과장도 초청에 불응했고, 「헨더슨」전 주한대사관문정관은 주최측과 무관하다고 발뺌했다. 결국 회의는 순수한 학술회의가 아니고 친 북괴정치활동이란 인상을 씻지 못해 언론·학계의 외면을 받고 실패로 끝났다.
단지 반정부를 외쳐대는 10여 명의 교포들이 멋도 모르고 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보냈을 뿐이다. 그 10여명의 교포가운데는 아직도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좀「코믹」하다. 모임을 끝내고 발기인「컴브리아」는 이 단체의 해산을 선언했다. 「신 한미정책방향위원회」의 임무가 끝난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체의 배후에는 「조선인민과의 연대성 위원회」가 있었다. 「뉴욕」지역에 거주하는 친 북괴교포와 미국인공산당원들이 함께 75년10월에 설립한 단체다. 가끔 친 북괴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북괴영화를 본다. 회원은 20명. 미국 공산당원인「보·컴브리아」가 바로 그 일원이다.
뿐더러 이「조선인민과의 연대성위원회」는 친 북괴단체「조미우호홍보센터」(AKFIC) 의 실질적인 행동단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71년2월에 이미「대한 군원 중지」「주한미군 완전철수」를 주장하면서 발족된 이 미국인단체가 북괴 및 미국공산당의 자금 지원 하에 반한·친 북괴노선의 시위·선전활동에 앞장서 왔다는 것은 널리 퍼진 얘기다.【뉴욕·워싱턴·로스앤젤레스 지사 합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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