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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피살된 주환상 판사 자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가정부에게 부인이 피살됐던 서울고등법원 주환상판사 (44·서울마포구연남동260)가 21일상오5시30분 유서를 남긴채 자기집 2층계단 난간에서 「와이셔츠」소매로 목을 매 자살했다.
주판사의 자살은 3월31일 주판사의 부인 손은영씨(39)가 가정부였던 조모양(18)에 의해 살해된 집을 보기 위해 와있던 주판사의 처형 손선영씨(49)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손씨에 따르면 이날 상오6시쯤 일어나 보니 안방문이 열려있어 이상한 예감이 들어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주판사가 파란색 「잠바」에 바지를 입고 「와이셔츠」로 목을 맨채 숨져있었다는 것.
주판사는 광주고·서울대법대출신으로 광주수피아여고와 이화여대를 졸업한 손씨와 61년 결혼, 장남대운군 (14·광성중1년) 장녀선정 (11·명지국교4년) 2녀신리 (10·명지국교3년) 3녀소연(8·명지국교 1년)양 등 1남3녀를 남겼다.
주판사는 자녀와 법조계의 친구·처남·누님등에게 각각 남긴 유서에서 『아내가 죽어 더 살맛이 없다. 재산과 아이들은 처남이 맡아달라. 사랑하고 아끼던 사법부에 누를 끼칠까 두렵다. 상사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처형 손씨에 따르면 주판사는 부인이 죽은 뒤 부부가 정답게 찍은 「컬러」사진을 확대해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놓고 『15년간 한번도 말대꾸조차 않던 당신이 보고싶어 미치겠다』는 혼자말만 되풀이했다는 것.
주판사는 또 생전에 부부가 함께 갔던 곳을 모두 답사, 조선「호텔」·고궁 등을 혼자 돌아다녔다는 것.
부인이 살해되자 주판사는 법원에도 잘나가지 않고 평소에 부인만 다니던 인근 성산교회에 나가 세례를 받았고 자살전날인 20일저녁에도 교회에 다녀와 자정쯤 혼자 잠자리에 들었다는 것.
주판사의 안방벽에는 주판사가 부인의 생일과 기일·자녀들의 생일을 음력과 양력으로 또박또박 적어놓아 평소 주판사의 치밀했던 일면을 나타냈다.
주판사의 비보가 전해지자 자택에는 평소 가까이 지냈던 나석호변호사를 비롯, 법조계 인사들이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장지는 부인이 잠들어 있는 용인공원묘지로 결정됐다.
주판사의 부인을 살해했던 가정부 조양은 20일서울형사지법합의6부 (허정열 부장판사)에서 구형량대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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