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린 소비…경제가 꼬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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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대표적인 소비업종인 백화점.자동차업계 등의 1분기 영업실적이 악화됐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이라크 전쟁 장기화 우려, 북한 핵 문제, SK사태 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대다수 기업들의 매출 실적이 예상보다 급격히 떨어지는 '경착륙'까지 걱정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의 경우 분기별 매출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현대백화점의 올 1분기 매출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감소했고, 신세계(1.8%).롯데 (0.5%) 등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백화점은 지난 1월에는 설날 특수로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4.8~9.2% 늘었으나 이후 2, 3월에 연속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그동안 10~20%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보였던 할인점도 올들어서는 실적이 크게 낮아졌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주요 할인점들은 올들어 매출이 예상보다 저조한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노은정 소장은 "전반적인 상황이 매우 비관적"이라며 "올 하반기께나 소비심리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1분기 매출이 기대에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이날 1분기 내수판매가 전년도에 비해 4.8% 줄어든 18만7백85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승용차 및 레저용차는 지난해 1분기보다 3.5% 줄어든 12만4천5백94대가 팔렸다.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도 7.4% 감소했다.

GM대우차도 1분기 판매 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줄어든 10만5백69대를 기록했다. 내수를 보면 전년도에 비해 2.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수출이 11.7%나 줄어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내수의 경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레저용차량(RV)이 무려 39.3%의 감소세를 보였다. 상용차 판매도 50.3%나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김소림 이사는 "이라크 전쟁과 북핵 문제 등으로 경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자동차 내수 시장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며 "2분기에도 시장 상황이 여전히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기업들의 실적도 잇따라 하향 조정될 움직임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오는 18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으나 당초 추정치에 못미칠 전망이다.

SK증권의 전우종 부장은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말에는 1조7천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D램 가격 약세와 휴대전화 판매 부진 등으로 1조6천2백억원대로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유권하.김창규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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