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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돌핀호 이상 무" 외친 해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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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윤호 기자 중앙일보 대구총국장
강일구
강일구 기자 중앙일보 일러스트레이터
[일러스트=강일구]
김윤호
사회부문 기자

해양경찰을 비롯해 해양항만청·선박안전기술공단·한국선급 등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연안 여객선 하나하나의 안전실태를 샅샅이 뜯어봤다. 세월호 참사 직후의 조치였다. 하지만 안전 점검은 별무신통이었다. 점검받은 여객선이 꼭 8일 만에 망망대해에서 엔진이 고장 났다. 지난 2일 승객 390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울릉도를 출발했다가 독도를 16㎞ 남기고 고장을 일으킨 여객선 돌핀호(310t) 얘기다.

 세월호 사고가 나자 동해해양경찰서는 지난달 말 포항지방해양항만청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연안여객선 긴급 안전점검에 나섰다. 울릉도~독도를 운항하는 돌핀호와 독도사랑호(205t) 등도 대상이었다. 돌핀호와 독도사랑호 점검에는 전문가 14명이 동원됐다. 이들은 1박2일 동안 여객선을 살폈다. 구명 설비를 갖췄는지, 선장과 선원들이 비상시 행동 요령을 잘 알고 있는지, 조타기·레이더·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비롯해 각종 설비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하나하나 짚어 나갔다.

 독도사랑호는 선장이 배를 조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오는 13일까지 운항정지 조치됐다. 사고가 난 돌핀호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선원들이 소화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점과 조타실 가까운 곳에 비치해야 할 비상 장비를 멀리 떨어진 곳에 뒀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선 시정 조치만 취해졌다.

 그랬던 돌핀호는 해상에서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핵심 부품에 이상이 있었다. 세월호 사고를 간접 경험한 승객들은 불안에 떨었다. 다행히 엔진 두 개 중 하나만 고장 나 인명피해 없이 울릉도로 돌아왔다. 울릉도에 오자마자 승객 몇 명은 울릉군 의료원에 입원했다. 너무 놀라서인지 “심장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있었다.

 엔진 역시 지난달 말 해경 등이 실시한 점검 목록에 올라 있었다. 동해해경은 “안전 점검에선 시운전을 하며 엔진 소리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정도”라며 “부품 이상은 엔진 내부를 뜯어보는 정밀 검사를 해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돌핀호는 정밀 검사도 받았다. 지난 3월 18일, 그러니까 고장 나기 약 한 달 보름 전이었다. 한국선급이 ‘1종 중간검사’를 실시했다. 엔진 부품을 떼어내 살펴보는 항목이 포함된 검사다. 여기서도 결론은 ‘이상 없음’이었다. 그럼에도 여객선은 결국 말썽을 일으켰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한국선급 해명대로 검사 당시엔 멀쩡했는데 그 뒤 운항 중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정부가 안전 검사를 맡긴 기관(한국선급)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경 등이 실시한 긴급 안전 점검의 결과도 믿을 수 없게 된 세상은 누가 만든 것인가.

김윤호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강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