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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직전의「파키스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도의 정권교체에 이어「파기스탄」의 정국이 내란직전에서 격동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선거에서 패배한 야당이「선거부정」을 이유로 재선거를 요구하고 나선 데 기인한다.
만약 재선거를 실시한다면「부토」수상은 스스로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 되어 그의 정치생명은 끝장이 난다.
반대로 야당의 소요를 계엄령으로 다스릴 경우에는 사태는 자칫 군부집권으로 비화할지도 모른다. 군부가 반드시「부토」수상의 편을 들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부토」수상은 사회주의자인 동시에 대인 수교파다. 그러나 군부는 원래가 보수적인 회교세력에 의해 장악돼 있고 대부분의 장성들은 72년의 치욕적인 대인항복을 절치부심 하고있다.
이런 군대가 일단 유사시에 강경 회교세력의 반인·반「부토」구호에 솔깃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집권 5년 동안「부토」수상의 사회주의적인 국유화정책은「파키스탄」의 전통적인 보수세력을 일거에 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게다가 수입원자재의 가격앙등 때문에 공업생산이 침체되었고, 동력의 젖줄인「젤룸」강의 수력마저 약화돼 2백「메거와트」의 전력부족이 겹쳐졌다. 동력이 부족해지자「부토」수상의 명예가 걸린「와르삭·후탈」발전소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무역이 침체되어「카라치」항은 거의 폐쇄 직전에 다다랐다는 것이 일부의 주장이었다.
「부토」사회주의가 경제파탄을 몰고 오자, 「파키스탄」의 4대 기업군인「다우드」「발리카스」「바와니스」「다다스」가문들은 일제히 인민당 정부의「약탈정치」를 규탄하고 나섰다.
때를 같이해서 전통적인 회교세력과 전직 장성들은 인도에의 설욕과 회교형법의 부활을 내걸고「부토」의 사회주의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선거기간을 통해 야당연합은「부토」의 비종교적인 사회주의를 가리켜『타락한 술 주정꾼』이라고 비난했고「부토」는 이를「할바」(halva)의 복권기도라고 반박했다. 「할바」란 부유한 회교도 유력자들이 즐겨먹는 값비싼 특수식품을 말하는데, 선거쟁점이 이 지경으로 저질화 한 이면에는「파키스탄」인구 7천만 명중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고작 13%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깔려있는 것이다.
『술과「할바」의 싸움』은 결국「술」의 승리로 돌아갔지만「할바」측은 그 결과에 승복하기를 거부하고 극한적인 탈권 투쟁으로 돌입한 듯한 느낌이다.
국외자의 입장에서 볼 때, 「부토」의 황폐한 사회주의나, 회교도들의「1년에 한달 단식하기」주장은 그 어느 것이나「파키스탄」국민을 위해 신통한 처방으론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의 파국적인 사태가「파키스탄」을 포함한 인도아 대륙전체와 풍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세계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인도아에 침투하여 중공을 견제하고 인도양의 제해권을 장악하려던「크렘린」의 전략은「인디라·간디」정권의 교체로 일단 주춤했다.
그러나 만약「파키스탄」의「부토」정권이 붕괴한다면 그것은 중공과 미국의 손실로 돌아갈 것이다.
「파키스탄」사태가 과연 그런 방향으로 역전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는 현재로서는 전적으로 군부의 향배에 달려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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