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경영자<불가해한 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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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영자」라는 말은 널리 쓰이고있지만 어떤 것이 이상적인 경영자 상이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경영자의 적성이 그 만큼 불가해한 것이다. 일본의 어느 경영「세미나」에서『어떤 사람을 진정한 경영자라고 보느냐』는 설문을 낸 일이 있었다. 1백여명의 참석자 중 가장 적절한 답으로 만장일치의 합의를 본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이 진정한 경영자인지를 정확히 알 것 같으면 이런「세미나」에 구태여 참석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런 것을 알기 위해「세미나」에 온 것이다』라고. 확실히 경영자의 속성은 인식하기도 힘들뿐더러 몸에 배기는 더욱 어렵다. 천부적인 것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통솔력은 부 임무>
세계최대의 화학회사인 미「뒤퐁」사의「그린필드」사장은「콜럼비아」대학에서의 강연 중에서 경영자의 직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훌륭한 경영자가 되는 속성은 무형적인 것이므로 정확히 꼬집어 파악할 수가 없다. 다른 분야에선 크게 도움이 되는 작업분석 수단도 경영자의 소질을 판단하는 경우엔 전혀 소용이 되지 않는다.
경영자가 지녀야 할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통솔력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모두가 아니다. 군인이나 목사 중엔 훌륭한 통솔력을 가진 사람이 많으나 그들이 기업경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관리능력을 가졌다고는 볼 수 없다. 통솔력·판단력·통찰력을 모두 겸비했으면서도 탁월한 경영자가 못 되는 사람이 많다.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여러 이질적인 것을 조화하여 전체를 만드는 재능이다.

<지식·학문은 별개>
현대기업을 운영하는데 여러 가지 이질적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 여러 다른 견해와 기능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고 조화시켜 결과적으로 각 인이 전 능력을 집결·조화 있게 동일목표, 즉 이윤추구에 매진하게 하는 사람이야말로 이상적인 경영자다.』
그러나 이런 경영자의 능력은 동양에선 아직 확고한 가치인정을 못 받고 있다. 일본의 세계적인 전기「메이커」인 송하 전기가 지금부터 15년전 「유럽」의 전자회사와의 합작으로 송하 전자공업을 만들 때의 일이다. 합작비율은 송하가 70%, 「유럽」측이 30%였다. 당시 「유럽」전자회사는 기술지도료로 보상의 3%를 요구했다.
이때 송하 전기의「마쓰시다」회장은 3%의 기술지도료 지불에 기꺼이 응하는 대신 송하 전기에 경영 지도료로 2%를 요구했다. 새 회사가 일본에서 경영하는데 있어 모든 뒷받침을 송하에서 하기 때문에 당연히 경영 지도료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기술도 기업에 중요하지만 경영도 그에 못지 않다는 논리다. 경영 지도료는 전례가 없는 것이라 하여 논란이 많았으나 결국 송하 측이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그후 송하 전자공업은 3%의 기술 지도료와 2%의 경영 지도료를 지불하고도 동 업계에서 가장 좋은 경영실적을 내고있다.

<천부의 자질론도>
「마쓰시다」회장은 경영능력이란 것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경영을 하나의「로열티」로 무겁게 보는 인식이야말로 오늘날 송하 전기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된 원동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영이 가치를 정확히 인식하는데서 경영자의 자부와 책임감이 생기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인「드러커」교수는『실제의 기업경영이라는 것은 지식도 아니고 학문의 일체계도 아니다. 경영은 실행을 위한 예리한 두뇌의 사용법』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래서 훌륭한 경영자는 천부의 자질이라는 말이 나왔는지 모른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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