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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와 국제신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 들어 세 번째 열린 동경한일생사회담도 끝내 결렬됐다는 보도다.
76년의 대한생사류 수입규제과정에서 국제신의를 저버렸던 일본측이 올해는 한술 더 떠 그들 특유의 얄팍한 상혼을 끝없이 노출시키고 있다.
한국측이 선적기준으로 작년 실적 7만표보다 적어도 10%정도는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 일본측은 통관기준으로 하여 거기에 전년도 통관실적보다 오히려 10%정도를 줄여야 한다고 맞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출입실적 기준시점을 어떻게 결정하느냐 하는데 따라 그 실적은 크게 차이가 난다.
생사와 견연사는 10%, 견직물은 20%나 격차가 나기 때문에 일본측은 통관을 기준해야 그만큼 적은 물량을 수입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측은 또 완제품인 견직물수입을 대폭 줄이고, 그 대신 줄인 물량만큼 원료인 생사와 반제품인 견연사를 더 수입하겠다는 주장이다.
얄팍한 속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세계생사 수급의 확대균형을 위해 계속적인 증산시책을 강화하자』던 일본측이 이처럼 소상인으로 변모한데 대해 새삼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일본측은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거의 10여년 동안 자국내의 지속적인 수요증가→수입수요 확대 등으로 생사의 안정적인 수입이 불가피하게 되자 한국의 생산증산을 공식·비공식적으로 간곡히 요청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제분업의 원리, 자유무역의 원칙을 강조했던 그들이 이제는 1표라도 적게 수입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분업의 원리에 충실했던 한국의 양잠농가와 제사업계를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일이 있는가 묻고 싶다.
50만 양잠농가는 지금 전업을 서두르고 있고, 제사업계는 도산과 휴·폐업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측의 요구로 연간 생산량을 9만표까지 늘렸으나 일본의 갑작스런 수입규제 때문에 지금은 5만5천표가 재고로 남겨져 있다.
생산량의 60%가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오일·쇼크」 이후 「실크」 수요가 감퇴했고 그 때문에 어느 정도 수입을 규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양국이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측의 수입규제는 단순한 불황 때문이 아니라 일부 정치인의 농간과 정치적 수입 규제라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우리는 국제신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린 행위라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은 대일무역역조가 빚은 막대한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대일수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일본을 제외한 무역수지가 6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대일교역에서 13억「달러」나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무역적자가 7억「달러」에 이르렀던 것이다.
일본측이 끝내 소승적인 이기만을 고집한다면 한국정부도 그에 대응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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