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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정」에 「오는 정」… 바람처럼 여겨야…|주부와 가정부… 어떻게 지내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최근 한 가정부가 주부를 살해한 사건은 어지간한 집엔 으례 가정부를 두고있는 우리사회에 큰 충격 과 사회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의 가정부 사건은 과거에 매매로 있었던 가정부의 어린이 유괴사건 등과 함께 가정부에 대한 인격적 대우, 가정부를 하나의 직업으로 받아들이는 직업의식 등 그 전반에 걸쳐 다시금 생각게 하는 문제들이 많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정순 여사(가사원장)와 이시형 박사(고려병원 정신과장)를 통해 가정부와 가정과의 문젯점을 알아본다.
우리사회의 가정부는 다른 직업과는 달리 내내 집에 있으면서 때로는 주부가 외출하거나 어린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경우엔 집안 살림을 혼자 맡고있는 형편이다. 또 집안의 거의 모든 일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유일한 「타인」이다. 따라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회에서는 언제든지 비정상적인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자격기준을 마련, 전문적인 가정부를 양성해 파출 가정부제도를 운영하고있는 가사원의 김 원장은 가정부를 소개하는 책임 있는 사회단체가 바람직하다고 말하면서 무책임하게 가정부 구직자를 알선하는 직업 소개소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의 한 통계에 따르면 가정부 구직자의 억 60%가 무허가 직업소개소를 통해 무책임하게 소개되고 있는 실정.
김 원장은 무허가 소개소를 일소하고 허가 소개업소라 해도 신원 파악 등 소개업소가 해야할 최선의 노력과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가정부에 대한 보수·대우 등도 사전에 면밀히 검토, 가정부의 인권도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많은 가정이 아직도 가정부에 대한 악습을 버리지 못해 「식모」라는 말을 그대로 쓰고 있으며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가정부를 인격적으로 모욕하는 예가 있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격적으로 보답 받으면 그만큼 보답하게 마련이고 반대로 학대하거나 혹사하면 비정상적인 심리상태를 만들어 범죄심리를 듣게 된다는 것이다. 가정부에 대한 인격적 대우는 부부사이 또 부모와 자녀 사이의 화목한 생활로 모범을 보여 가정부에게 인격적인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또 가정부 자신도 가정부란 직업을 떳떳하게 여겨야 한다고 했다. 다른 직업을 구하지 못할 때 아무렇게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임의직이 아니라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의 직업이란 의식을 가져야 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박사는 무엇보다 목 필요한 것은 가급적 가정부를 두지 말고 주부의 힘으로 가정을 꾸려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가정에선 심지어 어린이 교육까지 가정부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로 인해 가정은 일종의 고아원 아닌 고아원이 원하는 것.
이 박사는 가정부에 대한 인권 의식을 철저히 하여 가족으로서의 인간관계를 생활화해야만 가정부들의 질투와 갈등을 배제할 수 있으며 이것이 만약의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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