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고 가꾸는 계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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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1부터 4월20일까지 1개월간은 32회째 맞는 국민식수기간이다.
산림청은 금년 국민식수기간 중에는 전국 21만 묘목의 임야에 유실수·속성수·장기수 등 6억6천만 그루를 심을 계획이라 한다. 3억∼4억 그루밖에 심지 못했던 과거에 비해 매우 의욕적이며, 이는 곧 푸른 산을 가꾸려는 국민의 의지가 그만큼 확산되고 있음을 뜻한다.
그동안 산지개발은 그 필요성에 비해 너무나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46년4월5일, 제1회 식목일행사 이후 해마다 수억 그루씩 나무를 심어왔으나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산야는 아직도 벌거숭이 황토 그대로다. ha당 임목축적량은 고작 15입방m로 세계 평균의 10분의 1 수준밖에 안되고 있다.
세계최고인 「스위스」의 3백18·9입방m에 비해서는 30분의 1 수준이며, 이웃 대만이나 일본의 1백86∼80입방m와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메말라 있다. 30여년 동안 심은 나무가 90억 그루를 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산야가 헐벗은 채 버려져 있는 것은 무언가 조림시책에 근본적인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국민식수기간을 맞아 다시 한번깊이 반성해 볼만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조림시책은 『조림을 위한 조림』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입목 총면적 5백78만ha중 수령 6년 이상은 8만3천ha에 지나지 않고 99%인 5백69만ha가 5년생 이하의 나무로 덮여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의 조림이 형식에 그쳤기 때문에 해마다 애써 심은 나무가 모두 고사했다는 것을 중명한다.
일부 민간 조림성공 지역과는 매우 대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범 독림가나 기업적 조림지역을 둘러보면 나무가꾸기를 마치 환자 돌보듯이 하여 모두 활착율 90%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조림은 형식적인 『조림을 위한 조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림을 통해 소득을 캐내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무 심는 것이 바로 소득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 그루의 고사도 두려워 하면서 나무가꾸기에 정성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의 조림시책은 양적확대도 중요하지만 일단 심은 나무를 잘살려 조림=소득의 등식이 성립되도록 유도, 추진해 나가야 국민식수기간을 설정한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림과 소득을 직결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수익성 높은 수지의 조림을 장려하는 것뿐이다.
이미 소득을 캐내는 조림의 대표적 성공 예를 우리는 밤나무에서 보고 있다. 밤나무 조림을 권장한지 10년이 지난 지금 밤나무 생존율은 85%를 기록하고 있고, 밤나무 조림농가는 모두 높은 소득을 얻어 조림에 재미를 붙였다. 그러나 이제는 밤나무 조림도 한계에 왔다.
10년에 걸친 확대조림으로 밤은 과잉생산 단계에 이르렀고 따라서 계속 밤나무 조림을 강화할 경우 밤가격 폭락 등으로 밤나무 조림농가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모처럼 일고 있는 국민적 조림 「붐」도 다시 퇴조될 가능성이 있다.
밤나무보다 수익성이 높은 새 유실수를 선정, 조림 「붐」이 계속 유지되도록 시급히 조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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