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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완의 My Sweet Zoo <9> 동물원 봄맞이 건강검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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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새순이 돋아나는 봄, 환절기에 사람도 그러하듯 동물들도 건강에 유의해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번번이 놓치게 되는 사람들의 건강검진과는 달리, 동물들은 사육사와 수의사들에 의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혜택인가.

에버랜드 동물원에서는 1년에 4∼5회 크고 작은 검진들을 한다. 동물 건강 검진은 종(種)에 따라 다르다. 시진(視診, 눈으로 하는 진료), 영양 상태 확인 등 비교적 간단한 검진이 있는가 하면 분변 검사, 채혈 검사 등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드는 진료도 있다. 에버랜드 동물원에는 200종 2000여 마리의 동물들이 살고 있는데 사육사, 수의사들이 이들 전체를 검진하는 데에만 최소 2주일의 시간이 소요되는 대작업이다.

우리의 이런 노력과는 달리 안타깝게도 동물들은 수의사들의 수고로움을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다. 사람들도 종합건강검진을 앞두고 살짝 긴장하는 것처럼 동물들도 검진을 앞두면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특히, 채혈 검사 등은 동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고 오랑우탄이나 침팬지 같이 지능이 뛰어난 유인원은 단순히 약을 먹이는 것도 힘들고 주사라도 놓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수의사들이 진땀을 빼곤 한다.

동물들의 건강검진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스피드'다. 신속히 진행해서 검진받는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주사기나 약봉지만 봐도 도망치기 일쑤인 '똑똑한' 유인원 친구들이 때로 얄미워지는 이유이다.

동물들도 혈액검사, 분뇨검사, 분변검사와 같이 사람의 건강검진과 절차나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으나, 동물들은 자신의 증상을 말로 표현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의 검진 때보다도 실험실 검사와 같은 객관적인 결과가 더욱 필요하다.

그렇다면, 5t에 달하는 코끼리의 체중과, 수 그램(g)에 지나지 않는 새끼 미어캣의 체중 등은 어떻게 측정할까? 코끼리나 코뿔소와 같은 거구들은 그들 전용의 아주 넓은 체중계에 올라가 몸무게를 재며, 몸집이 작은 새끼동물들이나 움직임이 많은 친구들은 정밀 체중계에 사육사가 안고 올라가 나중에 사람 몸무게만큼을 빼서 측정한다. 동물들 때문에 사육사들의 몸무게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셈이다.

기린이나 얼룩말과 같이 발굽이 있는 동물들은 발굽관리도 상당히 중요하다. 키도 크고 체중도 많이 나가는 이들은 무거운 체중을 발굽으로만 지탱한다. 따라서 발굽에 손상이 있을 경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세심하게 진료한다.

권수완 에버랜드 동물원장·전문위원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했고 1987년 에버랜드(당시 자연농원)에 입사해 지금까지 동물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때때로 채혈 후 혈액검사를 통해 치료와 신상정보를 관리하기도 한다. 개체, 성별, 생년월일, 이름 등의 신상정보를 기록해 사람들의 건강검진 못지 않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건강한 동물원, 행복한 동물원은 동물의 건강으로부터 시작된다. 최선의 건강관리는 예방이라는 아주 단순하지만 강력한 명제를 실천하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동물들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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