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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동<경제평론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월중의 경기예고지표는 1.62로 나타나 작년 하반기의 1.8수준에서 크게 후퇴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경기의 가장 큰 지렛대가 수출임을 상기할 때 1∼2월중의 수출 실적이나 신용상태도 상황은 비교적 만족할 만 하다.
전년동기에 비해서 수출실적은 54.6%가 증가했고 신용장 내도액도 예상보다는 좋은 편이다. 수입은 전년 동기비 19%증가에 그쳐서 외형상 국제수지 상황도 견실한 편이다.
그러나 대외 거래의 지표상의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는 아직도 안정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력에도 적지 않은 문젯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2월중에 물가는 급속한 상승세를 뚜렷이 보여 도매 2.6%, 소비자 2.3%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도 공공요금 및 원유가격 조정에 따른 국내물가 조정 요인이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7월부터 실시하게 되는 부가가치 세제에 따른 물가조정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 위에 예산안에 반영된 통화요인 등을 고려할 때 올해 물가 전망은 낙관적일 수 없다는 분석이 성립된다.
또 2월중에 불어난 통화 및 국내여신 팽창도 물가안정에 기여하기 힘드는 요인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불과 두달 동안에 통화량이 6%수준이나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76년의 통화공급「패턴」에서 벗어나야 하겠다는 당초의 방침을 벌써부터 지키기 힘들다는 반증 자료가 될듯하다.
생산 출하가 상대적으로 저조할 뿐만 아니라 투자활동도 저조했던 때에 통화량과 국내여신만 반비례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정상적인 움직임이라고 할 수 없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사항은 투자활동이다. 올해 수출목표 1백억「달러」를 달성키 위해서는 설비투자 지원을 강화해야 하겠다는 것이 정책 당국의 판단이었으며 이를 미리 자극하기 위해서 76년말에 설비투자지원 계획을 공표했던 것이다.
그러나 외화대부 신청이 저조함뿐만 아니라 건축허가 실적도 저조한 상황으로 보아 투자경기의 회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당초 설비 가동률에 대한 판단에 잘못이 있었는지, 아니면 국제경제 동향에 대한 강한 불안 의식이 업계로 하여금 투자를 주저케 하고 있는지는 정책을 다루는 당국으로서는 일단 점검해 보아야 할 사항이다.
국제적으로도 예상 밖으로 설비투자가 올해에 들어와서도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일 뿐만 아니라 단기자본 및 상업차관 금리가 떨어지고 있음은 우리로서도 주목해야할 동향이다. 국제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시사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생산·출하, 그리고 투자활동이 저조한 속에서 통화량과 수출실적만이 증가하고 있다면 수출과 통화량 증가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일단은 문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수출 선수금의 유입증가에 기인되는 것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년의 경우에는 연말께에 선수금이 집중적으로 입금되는 한편으로 연초에는 그 반작용으로 수출실적이 뚝 떨어지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연초부터 수출실적이 좋아지고 있는데 그것이 선수금 유입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라면, 수출 저력을 뜻하는 것이나 그렇지 못하다면 문제는 다른데 있는 것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물가·생산투자·수출 동향간에 괴리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지의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며 이 문제를 해명해야만 경제 동향의 핵심을 파악함으로써 정책 운영을 바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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