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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문명병의 「챔피언」 위궤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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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톰」은 9세때 뜨거운 음식을 잘못 먹다 식도가 타서 오그라드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위벽에 구멍을 뚫고 고무「튜브」를 통해 음식을 섭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생명을 건져준 「울프」박사(미「코널」대 교수)의 은혜를 갚기 위해 그는 무려 15년동안이나 실험실에서 「울프」박사의 실험대상이 되어주었다.
결국 「톰」은 위궤양의 발병「메커니즘」을 구명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15년동안 「톰」의 위벽에 뚫린 구멍을 통해 정신상태가 위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 「울프」박사는 지속적인 불안·분노·적의 등 감정동요와 「스트레스」가 위점막을 충혈시키고 진무르다가 무서운 궤양을 초래한다는 「센세이셔널」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오인혁 박사(서울대의대교수·내과학)는 「스트레스」에 의한 고도의 미주신경(부교감신경) 긴장이 위의 근육에 강한 율동성수축을 일으켜 위벽에 분포되어 있는 혈관의 내강을 좁히므로 위궤양이 초래된다고 설명하는 박사가 많다고 소개한다.
1954년 「프렌치」를 비롯한 연구진은 원숭이 뇌의 시상하부에 1∼3개월동안 4시간마다 전기자극(스트레스)을 주어 위궤양을 일으킨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뇌의 시상하부란 「스트레스」에 민감히 반응하여 미주신경을 거쳐 위에 전달하는 일종의 관제탑이다.
문명이 발달하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폭주하는 「스트레스」야 말로 날로 급증하는 위궤양의 주범이라고 말하는 오박사는 그래서 위궤양을 현대 문명병의 「챔피언」이라고 부른다.
「스트레스」외에 정서동요·긴장·과음·과식도 위궤양의 발병요인으로 빼 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위궤양은 여자보다 남자에게 압도적으로 많다. 「울프」박사는 정신「스트레스」가 남성에게 편중되어있는 20세기의 문화양식이 남자에게 위궤양이 많이 발생하도록 하고 있다고 결론, 위궤양을 일명「여성상위시대의 남성병」이라고 호칭한 바 있다.
오박사가 말하는 위궤양의 특징적인 증상은 공복통. 식사를 하면 씻은듯이 가시는 통증이 주로 명치부위에 나타난다. 통증은 명치의 안쪽에서 가슴이나 등쪽 또는 어깨로 퍼지기도 한다. 자주 명치 뒤쪽 등뼈의 양쪽이 아플 때가 있다.
오박사의 임상경험에 따르면 식사를 빨리하는 사람, 식사시간이 불규칙한 사람, 맵고 짜고뜨거운 음식을 잘먹는 사람에게 위궤양이 많다.
위궤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재발하기 쉽고 천공(천공)이나 대량출혈같은 생명을 위험하는 부작용이 곧잘 병발하며 무서운 위암으로 변화하는 예가 드물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대의대부속병원의 경우를 보면 위암환자의 15%에서 위궤양이 발견된다.
따라서 3개월이상 치료를 해도 위궤양이 치유되지 않을때는 반드시 위내시경검사와 조직검사를 받아야하고 필요하다면 궤양부위를 절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오박사는 강조한다. 또 위궤양을 한번 앓은 사람은 치유판정을 받고 나서도 적어도 반년에 한번쯤 위내시경검사를 받도록 권장한다. <김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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