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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드는 만큼은 아름다워야"-서울의 성산대교 계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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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강의 열한번째 다리가 될 서울 「성산대교」의 무척 멋을 부린 사진이 요즘 신문에 소개되었었다. 한강에 지나치게 소박한 멋없는 다리들이 하나둘 늘어 갈 때마다 어떤 아쉬움이 느껴졌었는데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원래 다리와 같은 토목구조물은 우리 주변환경의 시각인력 중 가장 으뜸가는 요인이라고 하여 그 본래의 기능과 함께 조형적 가치도 중요시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것은 매년 「모델」이 바뀌는 일반상품과는 다르다. 일단 건설되면 반영구적인 성격을 지니게 되며 지리적 공간에서는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게 마련이다.
언젠가 「파리」「센」강의 유람선을 탔을 때 하나같이 아름다운 그 많은 다리에서 감탄과 모국에 대한 책무의식 같은 것을 함께 느낀 적이 있었다. 토목인의 한사람으로서 우리 한강의 다리들을 연상해서였다. 다리 하나하나를 지날 때마다 안내양의 언제 「누구」의 설계라는 말로 시작되는 설명을 들으면서 그런 명교들이 설계될 수 있었던 그들의 문화적 의식수준을 생각해 보았다.
이번 성산대교의 경우는 그 계획의 발상부터가 기왕에 세워진 다른 한강다리들과는 다른 모양이다. 어떤 명작을 만들어 보려는 당국의 의욕이 깃들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의욕에 찬사를 보내면서 그러나 한두가지 석연치 않게 느낀 점을 아울러 말해 두고 싶다.
첫째는 어떤 다리가 보다 아름다우냐하는 교량미의 본질과 시대성이다.
다리의 설계행위도 일반적인 조형적 표현양식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다만 흔히 알고있는 예술작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리에는 실용성에서 오는 기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표현의 중핵은 어디까지나 역학적 논리구조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개념은 『가장 역학적인 다리가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19세기까지 흔히 시도되었던 교체의 외부에 조각이나 주물 등으로 장식을 하든가, 구조 체가 직접 보이지 않도록 외장을 하는 따위는 이젠 고전이 된 셈이다.
그런 허식적인 방법보다는 역학적인 요구에 따른 직접적이고 단순 명쾌한 표현으로 다리의 현실성과 항구성을 보다 소중히 여기려는 경향이기 때문이다.
이번 성산대교의 경우 다리의 상징적인 요인으로 되어있는 소위 「반달형」부분만 해도 그렇다.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혹은 주변 풍치와 얼마나 잘 조화되느냐는 문제는 극히 주관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접어 두고라도 그것이 역학적인 구조체가 아닌 이상 그 존재의의는 모호하지 않을는지? 하물며 다리의 내부적 조화라는 측면에서도 비록 구멍을 내서 시계를 돕는다고는 하지만 선실의 원형창에서 느끼는 답답함이나 주지 않을는지 염려된다.
둘째는 그 엄청난 건설비 문제다. 보다 아름다운 물건을 소유하려고 할 때 경제적 부담의 증가는 필연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기왕의 다리에 비해 배가 넘는 1백억원이나 든다는 데에는 저항을 느끼지 않을 수 가 없다. 이것은 납세자의 입장에서만은 아니다. 기술적인 합리성이 보다 문제일 것이다. 그러니까 다리의 조형적 배려를 하는데 50억원이 든다는 얘기인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딘가에 구조적인 무리 혹은 재료의 비합리성이 내재되어 있을 것으로 느껴진다.
결국 이번 성산대교의 경우와 같이 다리의 아름다움을 장식이나 조형적 처리로만 찾아보려고 할 것이 아니라 최근 서독이나 미국·일본 등의 경우와 같이 새로운 이론이나 공법에 입각한 사장교, 「프리하브」합성교 형식 혹은 「디비다그」공법 등을 적용한 새로운 교량형식을 계획할 만하지 않을는지, 그래서 시대적으로 보아도 신선하고 구조나 건설비면에서도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그런 다리를 바란다면 필자의 과욕일지?
아직은 역학 검토중이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다 충분한 이론적인 검토와 전문가의 창의를 모아 서울의 상징이 될 만한 명교를 남겨주기를 기대한다. 【전몽각<성대교수·토목공학>】

<필자>
▲1931년 평북태생
▲59년 서울대공대토목공학과졸업
▲59∼66년 국립건설연구소 연구원
▲66년 「네덜란드」「델프트」공대토목석사
▲72년∼현재 성대교수. 논문『경부고속도로포장구조설계』『석탄의 안전처리』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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