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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칫국 요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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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 속담에『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얘기가 있다. 앞뒤도 모르고 덤벙대는 사람을 빗대놓고 하는 말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옛날 사람들의 생활풍정이 깃들여 있는 것도 같다.
불시에 졸도를 한 사람이 있을 때면 옛 어른들은 김칫국을 마시게 했었다. 요즘도 연탄 「개스」중독으로 실신을 한 경우 김칫국을 마시게 한다. 임상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지만 상약요법이랄까, 대중 요법으로서는 위력(?)이 있다.
김칫국은 젖산(유산)과 초산(초산)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갖은 양념의 성분과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김칫국은 이것이 일단 발효(발효) 되어 산매를 갖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생리학·화학·분석화학을 전공한 일단의 국내 과학자들이 바로 여기에서 「힌트」 를 얻어 이른바 「식초요법」에 착안한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연탄 「개스」에 중독, 실신한 사람의 코에 식초를 묻힌 솜을 대주면, 짧은 시간 안에 소생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개와 토끼에의 실험을 통해 성공 사례를 쌓았으며, 드디어는 40명의 사람에게까지 적용했다. 결과는 모두 청신호.
그 효과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비타민」C를 가지고 똑같은 실험을 한 과학자도 있었다. 개의 실험을 거쳐 사람에게 적용, 상당한 효과를 입증했었다. 이 경우도 역시 「김칫국」요법과 차이는 없다. 김칫국에는 야채에서 우러나온 「비타민」C가 상당히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의아한 것은 그와 같은 임상효과를 과학적으로 구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임상실험과 분석방법이 마땅히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의약품의 유래를 보면 하나의 예외도 없이 오랜 시간의 실험과 분석을 거듭한 종합적 결론의 소산이다.
미국에는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약품이 무려 2만여종이나 개발되어 있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적어도 한가지씩은 있기 때문에 일단 연구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인체에의 부작용이 가장 적고, 또 생체에 적용할 수 있는 경우는 겨우 한두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치료효과가 곧 약품을 탄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페니실린」의 발명은 인류의 건강회복에 혁명적인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반세기도 못돼 오늘의 의학자들은 그 부작용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김칫국을 마시는 등의 상약효과는 그 작용이 부드러워 격렬한 부작용이 없다. 그러나 이것이 상약의 경지를 넘으면 신중한 연구를 필요로 한다. 「식초요법」에 기대를 걸면서 연구자들의 분발과 함께 과학적인 「유종의 미」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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