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불에 망명 처 찾는「베이루트」의 신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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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테헤란=이근량 통신원】1세기간이나 언론자유를 누려 온「베이루트」신문들이「파리」와 「런던」에 망명 처를 구하고 있다. 이러한「베이루트」신문의 수난도「레바논」사태의 부산물, 「시리아」군의 개입으로 많은 신문이 폐쇄되고 기사마저 통제되면서 신문망명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9월에 취임한「엘리아스·사르키스」대통령의 언론 관은「국가안보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로 규정한바 있고 그후「시리아」군 주축의「아랍」평화 군이 진주하면서 언론 가에 회오리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발행 부수 6만으로「베이루트」최대의「아랍」어 일간지인「안·나하르」등 10여 개 신문들이 당국의 조처로 폐간되었고 그나마 위기를 모면한 신문들도 군의 눈치보기에 한창-.
사태가 이쯤 되자 「베이루트」신문들은 1세기 전「오토만」의 침공 당시「카이로」로 긴급 망명, 한때「이집트」의 언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경험을 되살려 누구나 새로운 시장을 찾아「파리」나「런던」으로의 이전을 추진중이다.
대표적 중립 지인「안·나하르」지는 이미 「파리」이전 방침을 굳혀「아랍」어 판 신문의 제작준비에 한창이며「알·모스타크발」이라는 정치 주간지 등 많은 일간지와 주간지가 「파리」이전에 따른 사전준비를 완료-.「베이루트」내에선 비교적 온건한 신문들이「파리」상륙을 준비하자 이번에는 대표적 좌경 지인「알·모하러」지도「파리」진출을 선언, 앞으로 3∼4개월 후의「파리」는「베이루트」신문의 우후죽순지대가 될게 틀림없다.
한편「베이루트」신문엔「런던」도「파리」에 비해 손색없는 보금자리다.
「베이루트」의 유력 주간지「알·하와디스」는 본사의「런던」이전방침아래 이미 몇 달 전부터 자매지인「이벤츠」를「런던」에서 발행해 온데다 몇몇 신문사가 공동출자로 출범, 「아랍」어판 일간지와 영자주간지의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이렇듯「파리」와「런던」으로 옮기게 될「베이루트」신문은「레바논」사태의 부산물이겠지만 6백만 명을 상회하는「유럽」「모슬렘」사회에 새로운 변화가 아닐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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