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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군사 2등 국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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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3면

미·소의 군사력 균형을 둘러싼 미국내의 국방논쟁은 새 행정부의 발족을 전후하여 한층 격화하고 밖으로는 서구로까지 확대됐다. 다음은 미국과 서구에서 일고있는 논쟁의 배경과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 주>
매년 의회의 국방예산 심의나 「나토」회의를 앞두고 일고있는 미국의 국방논쟁은 올해도 예외 없이 찾아 왔다. 과거 이 같은 논쟁은 주로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이 도맡아 왔으나 이번엔 CIA와 많은 민간인 전문가, 그리고 서구 쪽의 고위층까지 가세했다는 점에서 예년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있다.
이번 논쟁은 작년 12월 26일 「뉴요크·타임스」가 소련이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우위를 빼앗아 갔다는 CIA 보고서를 게재함으로써 막을 올렸다.
공군 정보국장직에서 퇴역한 「조지·J·키건」 중장은 작년이후 소련은 7종의 대형 MIRV(개별목표 다탄두 「미사일」)체계를 개발했으나 미국은 1개밖에 못해 소련이 핵 분야에서 미국을 앞섰다고 주장했다.
소련은 대륙간 탄도유도탄의 경우 65년의 2백 25개에서 현재 1천 6백개다. 잠수함 발사「미사일」은 29개였던 것이 지금은 7백개 이상인데 미국은 6백 58개밖에 안돼 역시 수적인 열세를 못 면한다.
장거리 전략폭격기에서는 미국이 수적·질적으로 우위에 있으나 소련이 방공 「레이더」망·지대공 「미사일」·방공요격체제를 급속히 강화하여 미국의 폭격기 우위를 효과적으로 상쇄 해가고 있다.
특히 소련은 미국이 아직 손도 안대고 있는 대 핵 지하대피체제를 전국적으로 구축하고 있어 혹사 핵전쟁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재래식 무기에서도 소련의 「탱크」·장갑차·대포·전술항공기 생산량은 이미 65년도에 미국을 추월했다.
병력은 소련이 64년 3백 40만명에서 지금 4백 40만명이 됐으나 미국은 월남전 때 3백 50만명에서 지금 2백 10만명으로 줄었다.
소련 우위론에 반대하는 측은 「포드」와 「카터」를 포함하여 전 정부의 「키신저」 국무, 「럼스펠드」 국방, 신 행정부의 「밴스」 국무, 그리고 국무성·의회 등에 많은 지지자를 가지고 있다. 「카터」는 비밀정보를 접해보고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대론은 CIA 보고서 작성자들이 비록 외부인사이긴 하지만 대부분 군사력 증강을 지지하는 대 소 강경론자들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론자들은 또 보고서 작성자들이 동종의 무기끼리만 비교했지 소련의 무기를 분쇄하는 미국의 억지장비를 고려치 않았다고 반박했다.
즉 소련의 「탱크」나 잠수함의 수적 우세만 강조하고 미국의 대전차 또는 대잠함 「미사일」의 높은 명중률은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반대론자들도 미국의 수적 열세는 인정하나 질적 우위로 수적 열세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어 전반적으로는 미국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그들은 소련국민들이 아직 2차대전의 상처를 씻지 못해 심리적인 임전태세에 있지 못하고 전쟁공포증에 사로잡혀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포드」가 제출해 놓은 1천 1백 10억 달러의 국방예산 가운데 50억 달러를 삭감하겠다고 약속한 「카터」에겐 더욱 복잡하다.
우선 「브라운」 국방장관을 비롯하여 국방성과 군부의 고위실무관료들이 국방비 삭감을 강력히 반대한다. 「브라운」은 「카터」 대통령의 견해와는 명백히 배치되는 B-1폭력기와 새로운 「미사일」의 계속개발을 주장하고 나섰다.
연중행사가 된 미국의 국방논쟁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승부 없이 앞으로도 매년 계속될 것이다. 「키신저」는 이 논쟁에 대해 결론적인 말을 했다. 『지금 미·소 양국은 선제공격을 당하더라도 상대방을 완전히 궤멸할 수 있을 정도의 확실하고도 충분한 핵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계량적인 우열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오늘의 군사력은 정치목적으로도 중요한 요인아 되기 때문에 우위는 빼앗기지 않는 것이 좋다.』

<구종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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