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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 계열사·영농조합 임원, 18명이 돌고 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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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북 청송·전남 무안·전남 보성·경북 울릉·제주도 서귀포….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토지를 차명 보유한 의혹을 받고 있는 영농조합법인들은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 이들 영농조합에선 한 명이 여러 조합의 임원을 중복해 맡고 있거나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의 임원을 겸직하는 경우가 많다. 유 전 회장 일가와 연결된 영농조합 6곳의 등기부등본에 오른 전·현직 임원 59명을 조사한 결과 18명이 겸직을 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영농조합은 지역 농민들이 공동 판매 등을 위해 설립한다. 정부는 농업 경쟁력을 키운다는 목적에 따라 영농조합에 취득세 등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농민만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일반인은 준조합원으로만 참여할 수 있지만 등기임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유 전 회장 일가와 관련된 영농조합은 대부분 그의 측근들이 주도해 영농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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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50)씨는 몽중산다원영농조합(감사)·보현산영농조합(감사)·호일영농법인(이사) 등 영농조합 3곳의 임원을 맡고 있다. 전남 보성에 있는 몽중산다원영농조합은 유 전 회장의 아들 대균(44)·혁기(42)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경북 청송의 보현산영농조합이 위치한 보현산 일대 임야(339만㎡)는 대균씨와 혁기씨 명의로 돼 있다. 전남 목포에 있는 호일영농업법인은 전남 무안군 유교리 일대 토지(114만㎡)를 갖고 있다. 이 토지 바로 옆 필지(2003㎡)는 대균씨 소유다. 추씨는 제주도 ‘넓은목장’의 이사도 맡고 있다. 추씨는 유씨 일가 소유로 의심되는 토지들을 보유한 영농조합에 대부분 연결돼 있는 셈이다.

 세모그룹의 전·현직 임원들이 영농조합의 임원을 맡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모(49)씨는 몽중산다원영농조합과 일출영농조합의 임원을 맡다 2012년 사임했다. 이씨는 이전까지 세우세건설(감사)·세모(이사)·헤마토센트릭연구소(이사) 등의 임원을 겸직했다. 이들 회사는 모두 유씨 일가와 복잡한 지분구조로 얽혀 있는 곳이다. 세모와 헤마토센트릭연구소는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를 통해 대균씨와 혁기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제주도 성산읍에 목장을 보유한 일출영농법인 감사 정모(43)씨는 모래알디자인(감사)·아해(감사)·세모(감사)·온지구(감사) 등의 임원을 맡다 2010년 물러났다. 모래알디자인은 유 전 회장의 큰딸 섬나(48)씨가 운영하는 디자인회사다. 청해진해운 김한식(72) 대표도 2012년까지 호일영농법인의 감사로 재직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비농업인이 영농조합에 이사로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유 전 회장 측 손병기 변호사는 “유 전 회장의 자산은 100억원 정도로 전국 곳곳에 타인 명의로 부동산을 숨겨 놨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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