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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의」보다 「카터 입장」 전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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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몬데일」 부통령의 일본 방문은 「카터」 행정부가 선진공업국간의 광범위한 협의의 한 갈래이기도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에 관한 협의의 시작을 의미한다.
「카터」는 선거유세중 주한미군의 철수는 한국 일본과의 협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말한바 있고 국무장관 「밴스」는 의회 증언에서 한·일 양국이 만족하는 선에서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를 시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과의 협의는 아직은 박동진 외무장관의 방미 중에 있을 박-「밴스」 회담을 기다려 시작되고 그보다 앞서서 이번의 「몬데일」 방일, 다음달로 예상되는 「후꾸다」방미 중에 미·일이 우선 「일반적인 입장」에서 각자의 견해를 제시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는 첫 단계를 거쳐야된다.
백악관 관리들은 「몬데일」과 일본 지도자들의 회담이 경제정상회담, 통상·국제경제상황, 「아시아」정세 일반에 관한 것이 주가 되고 한국문제는 부차적으로 가볍게 다루고 넘어간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런 인상은 「하비브」 국무차관에 의해서도 확인이 됐다. 한국 대사관이 한국 부분에 관한 「브리핑」의 정확한 내용을 문의한데 대해 「하비브」차관은 배경 설명을 맡은 백악관의 고위관리에게 전화를 하여 한국 부분에 관해서 어떻게 말을 했는가고 물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대답은 「몬데일」 방일 중에 한국 주둔 미군 문제가 중요한 의제라거나, 긴요한 의제라거나 하는 표현을 쓴 적이 없고 한국 문제는 가볍게 다루고 넘어갈 것이라는 내용의 말을 했다고 설명을 했다.
「카터」 행정부의 입장이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는 특사를 보내지 않는다는 말까지 그 관리는 「하비브」 차관에게 했다.
이런 상황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는 잠정적인 결론은 적어도 「몬데일」 방일 중에는 진지한 토의보다는 「카터」의 「일반적인 입장」을 전달하고 한국과 일본의 일차적인 반응을 물은 다음 본격적인 협의는 「카터」-「후꾸다」 정상회담 이후로 돌리자는 것이다. 「카터」 행정부는 지금 주한 미군 철수나 감축에 관한 협의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없다. 더구나 지금 중공의 권력투쟁이 중·소 및 미·중공 관계의 앞날을 점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화국봉이나 등소평 체제하의 중공의 「아시아」정책의 윤곽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카터」 행정부는 「아시아」의 세력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서두를 것 같지는 않다.
뿐만 아니라 만약 본질적인 협의의 필요성을 지금 느낀다면 그것은 「몬데일」이 아니라 외교정책을 직접 담당하는 사람들의 손에서 수행될 것이다. 「카터」가 아직은 한국에 특사를 보낼 것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몬데일」 방일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의 본격적인 작업의 시작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
백악관 관리는 「몬데일」의 이번 외교가 상징적인 의미와 실질적인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주한 미군 철수에 관한 문제에서는 「몬데일」 방일은 한·미·일간 협의의 「상징적인 시작」이라고 하는 편이 사실에 가깝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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