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전 중흥의 계기 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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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운영 개혁, 미술계 반응>
국전이 개혁을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미술계의 여론은 아직도 미흡해 하는 것 같다. 개혁안이 나올 때마다 좀더 나아지겠거니 기대하면서도 더 과감한 어떤 조치를 요청, 미술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이번 3차 개혁의 두드러진 요점은 74년 2차 개혁 때 4개국 전으로 분할해 놓은 것을 2개로 축소 환원하는 한편 화학·조각에 있어서 구상과 추상(비구상)을 통합한 것이다. 국전을 춘추 2개로 축소한 것은 상의 남발을 방지하자는 데도 이유가 있으나 국전 전체를 통해 4개 부의 비중이 서로 격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구·추」에 대해선 『당분간 현행대로 구분한다』는 게 문공부의 해명인데 그것은 입선을 가려내고 전시하는데 불과할 뿐 수상작을 뽑을 적에는 구·추를 공동 심사하게 되었다. 곧 그 구분의 폐지는 시간문제며 실제로 3차 개혁은 폐지조치의 과도적 편법일 것이다.
당초 구상과 추상의 분리는 추상작가 측의 강력한 요구로 이루어졌으며 그 동안 동양화 주장이 가장 큰 실리를 꾀했다는 중론이다. 그러나 사태가 역전돼 3차 개혁을 논의한 운영위에서 그 통합을 극구 거부한 것은 사실 계열의 노장들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추상 계열 측에선 동일한 광장에서 현대 작가로서의 우열을 겨룰 심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동·서양화도 구분 말고 함께 심사를>
유화가 남관 씨는『때늦은 감이 없지 앉으나 다행한 일』이라면서 이른바 국전 「스타일」이란 조작된 풍토의 정화를 요구했다. 나아가 미술평론가 임영방 교수 (서울대)는 『현대미술에서 구상·추상은 고사하고 동양화니 서양화니 하는 것조차 불필요하다』면서 그 모두를 회화로 합칠 것을 제의했다. 이 같이 회화·조각이 순수 미술로서 가을국전에 뭉쳐짐에 따라 그 밖의 서예·공예·건축·사진분야에선 반발이 심하다.

<서예·공예·건축·사진 묶는 건 편향적>
이질적인 4개 분야가 봄 국전에서 1개의 최고상을 놓고 심사하자면 더욱 어렵게 된 까닭이다. 서예가 김응현 씨는 그런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새로이 공개적인 즉석 휘박전을 열자고 했다. 건축가 김수근씨 역시 부정적인 견해가 강하다. 건축의 종합 미술성을 강조, 실물을 통한 시상이나 본격적인 건축대전으로 발전적 해체를 요망했다.
이러한 요청들은 곧 국전이라는 종래의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조각가 최종태 씨는『국전의 권위가 사회적으로 너무 비대해 짐으로써 특권화·파벌화를 조장하고있다』고 지적, 자체 내에서는 물론 정부에서도 그 약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국전의 역할이 등용문인데 반해 갈수록 그 「문이 좁아 다수 미술인이 희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인체 만들어 운영 맡겼으면>
유화가 박항섭 씨는 『문을 넓히는 것은 소수의 권위주의적 특권의식을 해소시킬 뿐 아니라 파벌과 정실의 부작용도 없어진다』면서 그런 국전 비대를 약화하는 다른 한가지 방법은 다각적인 만전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라고 제시.
정부가 발표한 3차 개혁안은 추천 작가지명에 있어 종래의 구비요건 (특선 연4회 및 누계6회) 이외에 「입선13회에 특선2회」를 추가시켰지만 실제로는 별로 완화됐다고 할 것이 없다.
가을 국전에선 입선조차 한층 치열한 경쟁을 벌일 형편이기 때문이다.
동양화가 박노수 씨는 현재의 전시장 형편으론 더욱 대담한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그에 앞서 보다 큰 미술관 신축이 시급한 미술진흥책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화가 하종하씨는 실험적인 개혁을 되풀이하느니 보다는 구성요원의 자격과 자세가 문제이므로 새로운 전문적 법인체에 의한 운영을 제안했다.<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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