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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폭력물이 범죄 부채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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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미국에서는 「텔리비젼」에 폭력물이 판을 치다시피 하고있어 날이 갈수록 증가일로에 있는 폭력범죄를 더욱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3대 TV 방송망인 CBS·NBC·ABC-TV의 화면에는「폭력」을 주제로 한「액션」물이 매일 한가지는 방영되고있다.
ABC 방송의 『바레타』 『스타스키·앤드·허치』, NBC의『더·모스트·원티드』 『폴리스·우먼』, CBS의『코자크』 『캐넌』등은 가장 인기있는 연속물. 이중에는 우리 나라에도 소개된 것이 많다.
물론 이들 폭력물은 권선징악이 주제이긴 하지만 폭력이 난무하는 장면은 결과적으로 범죄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교육자들은 TV의 폭력물로 인해 학생들의 성적이 자꾸 떨어지고 난폭해진다고 비난하고 있고 연방정부는 TV시청이 건강에 해롭다는 결론을 내린 각종 연구보고를 지원해 오고 있다.
그런데 지난5일 NBC-TV는 『미국의 폭력』이란 제목의 3시간 짜리 폭력에 관한 기록영화를 상영, 날이 갈수록 정도가 난폭해지고 증가하기만 하는 미국사회의 암살·강간·어린이학대·마약·범죄 등을 고발했다.
최근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지난 60년이래 폭력범죄가 25%나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TV의「액션」물이 그 원흉이라고 지탄을 받고 있다.
NBC의 이「다큐멘터리」는 폭력범죄를 줄이는 처방으로 TV에서 폭력물을 보다 적게 상영하는 것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TV에서 폭력물의 방영횟수를 줄이라는 여론은 미국 전역에서 일고 있는데 6백50만 명의 회원을 갖고있는 전국 사친회(NPTA)는 지난달부터 주요도시에서 공청회를 열고 각 방송국과 광고주들에게 폭력물 방영을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전국방송 시민 위윈회(NCCB)라는 단체는 내용이 가장 난폭한 폭력물과 그 광고주들의 이름을 공개하고 폭력물의 광고주가 생산하는 상품의 불매운동까지 벌일 기세다.
이런 여론에 따라 3대 TV회사 사장들은 1월중에 모임을 갖고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지만 문제는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이 「드릴」이 넘치는 「액션」물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TV에서 폭력물을 규제한다 하더라도 폭력물의 한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아무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CBS-TV의 판매 담당부사장 「프랭크·스미드」 2세는 지난 「시즌」보다 폭력물이 3분의1이나 줄어들었다면서 신문과 잡지가 경쟁적 동기에서 TV에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을 피하려하고 있다.
아직까지 광고주가 계약을 취소해 재정적 손실을 입은 예는 거의 없긴 하지만 미국 TV계는 지금 전례없는 공격의 사면초가에 빠져있다.【뉴요크=허 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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