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받는 듯 대통령 한풀이 발언 국민호도 넘어 홍위병 선동 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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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밝힌 언론관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盧대통령의 "우리는 일부 언론의 시샘과 박해 속에서 우리를 방어해야 한다"는 발언을 집중 공격했다.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대변인은 31일 "하루 아침에 정부 전부처의 취재 통로를 봉쇄해 버리는 힘이 무서운 권력인가, 아니면 졸지에 언로가 막혀 취재에 쩔쩔매는 언론이 무서운 권력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또 "박해받는 듯 한풀이 발언을 하는 것은, 국민 호도 차원을 넘어 홍위병을 선동하던 문화혁명의 지도부를 연상케 한다"고 꼬집었다.

한 당직자는 "'방송 덕에 대통령이 됐다'고 말한 盧대통령이 방송으로부터 야당이 박해받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제1 권력인 대통령이 약자인 듯 발언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대부분의 채널이 사실상 정권에 의해 운영된다 해도 과언이 아닌 방송 환경의 개혁이야말로 시급한 언론 과제"라고 말했다.

金총장은 "언론통제는 언론 소비자인 국민의 몫"이라고 했고 언론대책특위 위원장인 하순봉(河舜鳳)최고위원은 "언론은 언론에 맡겨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은 이날 "언론은 독자의 선택에 따라 영향력을 갖게되므로 통제와 검증을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대자본을 동원해 공정경쟁을 일탈한 방식으로 신문부수를 유지, 확장해 여론시장을 독과점하는 우리 현실에서는 위장된 전술"이라고 재반박했다.

'청와대 브리핑'은 또 盧대통령이 '지금은 나쁜 언론환경'이라고 한 데 대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보좌진들에게 언론과의 긴장관계를 주문해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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