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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상 걸린 物價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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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기침체 속에 물가마저 치솟아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물가상승은 이라크전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예상했던 일이나 그 추세가 가팔라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운용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3월 중 1.2%가 올라 월별 상승률로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 일년 전에 비해선 4.5%가 상승, 이런 추세라면 올 물가 억제목표 달성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최근 물가상승은 국제유가 급등 외에 기상악화에 따른 농수산물 수급 불안과 등록금 등 서비스 요금 인상이 주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산물값이야 철이 바뀌면 제자리를 찾아간다지만 국제유가 등 외부요인이 걱정이다.

물론 소비위축으로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 현재의 물가불안이 저성장-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약하다. 이라크전이 끝나면 유가가 안정을 되찾으리라는 희망적 예측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려는 국제유가 인상분이 아직 공산품생산원가 등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시점이 아닌데도 물가가 뛰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이라크전이 당초 기대와 달리 장기전의 양상을 띠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향후에 급등할 가능성이 커 물가관리는 쉽지 않을 예상이다.

물가는 이상하다 싶으면 이미 제어의 기회를 놓치기 십상이다. 더구나 물가가 오르면 그 여파는 봉급소득자나 저소득층에 더 쏠린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빈부격차 해소도 빛좋은 개살구가 되기 쉬운 것이다.

문제는 당국의 입장에서 물가를 잡을 적절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경기도 나쁜 판에 금리인상은 유효한 정책수단이 못된다. 그러나 손놓고 있을 일은 안돼 이런 때일수록 단기 대응과 함께 물가불안 요소를 구조적으로 해소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유가변동의 완충을 위한 에너지 절약형 산업구조 추진과 농산물 유통구조 정비야말로 하루이틀에 효과가 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과감한 대외개방을 통한 서비스부문의 경쟁촉진 역시 물가 수속 (收束)에 빼놓아선 안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