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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한 미 의회지도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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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지미·카터」미국대통령의 취임을 2주일 앞둔 4일의 미 의회는 8년만에 맞이하는 행정부 및 의회서의 민주당의 일당지배가 요구하는 새로운 지도체제를 갖추었다. 상원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는 민주당 원내총무에는「웨스트버지니아」의 「로버트·버드」의원이 선출되고 공화당의 원내총무로는「테네시」의「하워드·베이커」의원이 뽑혔다. 그들은 각각 이번에 은퇴한「마이크·맨스필드」의원과「휴·스코트」의원의 뒤를 잇게 된다.
하원 쪽에서도 역시 은퇴하는「칼· 앨버트」의장의 후임으로 민주당 원내총무였던「토머스·오닐」의원(매사추세츠)이 선출되고「제임즈·라이트」의원(텍사스)이「오닐」의 뒤를 이어 민중당 원내총무가 된다.
「버드」「베이커」「오닐」「라이트」의 등장은 정권교체에 호응하는 의회 쪽의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상원 민주당 총무선거에서「험프리」의원 혼자서「버드」에게 도전했다.
진보 파들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그들 진보 파들을 대표하는「험프리」는 4일 아침 투표를 해보기도 전에「버드」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그것은「험프리」의 오랜 정치경력의 마지막 패배를 의미한다. 최근 암 수술을 받은「험프리」는 자신의 패배원인을 뒤늦은 출마와 건강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은 민주당 의원총회는 백악관을 차지한「카터」와의 협조체제를 위해서는 「험프리」보다는「버드」같은 인물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의회지도자를 뽑는 경쟁에서「카터」는 엄정 중립을 지켰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집권당은 의회 지도자로는 전국적인 지도자로 통하는 정책수립자 보다는 입법의 전문가를 선택한다.
「에드워드·케네디」로부터 부 총무자리를 탈취한바 있는「버드」는 이번에는「험프리」까지 눌러 거물「킬러」소리를 듣는다. 그의 치밀한 지략가로서의 면모는「카터」를 닮은 데가 있다. 「버드」는 푸줏간의 일꾼, 육체노동으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대학은 상원의원이 된 후에 마쳤고 젊은 한때는 KKK(백인 우월 주의 비밀단체)「멤버」로 흑인학대의 행동대원 노릇을 하기도 했다.
한편 공화당은「버드」가 승리한 것과는 반대되는 이유로「하워드·베이커」를 지도자로 옹립했다. 투표직전까지만 해도「로버트·그리핀」(「미시건」주)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원로들은「포드」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이상「그리핀」같은 친「포드」전략가보다는「워터게이트」청문회에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베이커」가 바람직한 사람이라고 판정했다.
「베이커」는 19대 18표로 이겼다. 그는 작년 8월의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가장 유력한 「포드」의「러닝·메이트」로 물망에 오른 일이 있다. 「베이커」는 지도자를 잃은 공화당의「리더십」의 새로운 세대를 상징한다.
만약 대통령선거에서「포드」가 당선됐더라면 의회 지도자선출에서 민주당은「험프리」를, 그리고 공화당은「그리핀」을 원내총무로 선출했을 것이다. 지난 55년「존슨」은 상원 원내 총무로「아이젠하워」행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했고,「맨스필드」는「케네디」와「존슨」행정부에서 우수한「팀·플레이어」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런「맨스필드」였지만 월남전 문제로「존슨」에게 반기를 들었고, 그전의 하원민주당 원내총무「샘·레이번」은「케네디」의 인권법안을 반대했다. 그래서 백악관의 대통령은 의회에 자기 당의 권력자가 등장하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다.
「버드」「오닐」「라이트」같은 사람들은 모두가 온건한 노선의 정치가들로서「험프리」나「에드워드·케네디」의 경우와는 달리 자신들이 강력히 고수하는 이념이 없기 때문에 「카터」는 스스로가 참가하지도 않은 의회지도자들의 경쟁에서「특별급여」를 받은 셈이다.
이번에 선출된「버드」「베이커」「라이트」, 그리고「오닐」중에서「버드」「베이커」 및 「라이트」가 남부출신으로 북부사람들의 뒤를 계승한다는 사실은「카터」당선과 일맥상통한다.
95차 의회에서는「칼·앨버트」「오트·패스먼」같이 한국을 위해서 말마디 깨나 하던 거물들이 자취를 감추고 그들보다 한 단계 낮은 위치의 소위 친 한파 의원들은 한국문제에서는「침묵이 최선의 정책」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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