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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칼럼] 무분별한 AI 보도 경쟁 … 양계농가·국민 피해 키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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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오세을
대한양계협회장

지난 1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지 3개월이 되었지만 아직도 농가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 혹시 AI가 사라질까 기대감을 가져보지만 최근 북한과 일본에서 AI 발생이 확인되면서 불안감이 다시 마음을 짓누른다.

 AI가 발생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양계농가를 대신해 죄송한 맘 금할 길 없다. 하지만 AI 발생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결국 양계농가다. 닭들을 매몰 처분해야 하고 이동제한을 당하는가 하면 닭과 계란 소비가 크게 줄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 농가들은 막막함에 며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워야만 했다. 올해는 가금 매몰처분 수가 역대 가장 많은 1200만 수를 넘겨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올해부터 도입된 스텐스틸(일시이동중지)은 두 차례 발효됐고, 같은 농장에서 AI가 세 번 발생하면 ‘삼진아웃제’로 보상이 단계적으로 줄어들게 됐다. 방역시설이 미비하거나 외국인 근로자를 미신고하면 보상금액을 낮게 책정하는 정책도 마련됐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AI를 막는 데 효과가 있었는지는 당국이 신중히 생각해 볼 문제다. 언론 보도 역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경쟁적인 보도로 농가를 힘겹게 만들어 놓고 관련 업계에서 보도 자제 요청을 하면 보도 횟수를 줄이긴 하지만 이미 상황은 악화된 뒤라 ‘사후약방문’이 되기 일쑤다.

 우리나라는 AI 발생지로부터 오염지역(500m)의 농가는 무조건 매몰처분시키고 상황에 따라 위험지역(3㎞)도 매몰처분을 하고 있다. 매몰 장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 소비자들은 닭과 계란 소비를 꺼리게 된다. AI에 걸린 닭이나 계란이 시중에 유통될 수 없음에도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소개해 오히려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AI가 발생하면 언론이 나서서 해당 지역의 닭과 계란이 시중에 전혀 유통될 수 없음을 강조해주는 편이 차라리 도움이 된다. 일본의 경우 발생 농장만 살처분하고 발생 사실 보도와 방역 장면 등을 내보내면서 무리한 사회적 이슈를 만들지 않고 있는 점도 참고했으면 한다.

 최근에는 ‘암탉도 놀랄 계란값… 10월까지 고공행진할 듯’ ‘AI 여파로 계란 품귀현상에 따른 난가 상승’ 등의 기사들이 잇따라 보도됐다. 농가들의 고통은 뒤로한 채 마치 농가들이 무슨 커다란 이익을 얻는 것처럼 보도해 농가를 더욱 힘들게 만든 사례들이다. 계란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이동제한·매몰작업 등으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난 데에 원인이 있다. 장기적으로 입식 수가 과잉이기 때문에 최근 가격이 다시 하락하는 어려움도 찾아오고 있다.

 AI는 국가적인 재난이다. 이제 AI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추가발생이 없다면 3개월 후에는 우리도 청정국 지위를 다시 얻게 된다. 이번에 발생한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발생원을 찾아 더 이상 국내에 AI가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만약 발생하더라도 관련 업계는 물론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부와 언론이 신중을 기해주었으면 한다.

오세을 대한양계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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