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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 과학계의 뉴스·메이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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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6년은 오랜 숙원이던 과학 재단과 기능 대학의 설립 준비가 완료되었고 기술 용역 육성법이 개정되었으며 핵연료개발공단, 기술검정공단, 자원개발연구소 등 각종 전문 연구소들이 발족돼 과학임의 기초를 다진 해다. 한편 그 동안 선진국의 과학을 답습하기에 급급하던 우리 과학이 처음으로 국제 학계의 각광을 받았던 해이기도 하다. 다음은 76년 과학 및 의학계의 「뉴스·메이커」들이다.
지난 4월 고대 의대 「바이러스」병 연구소 이호왕 교수(48)는 한국형 출혈열 환자의 혈청과 특이하게 반응하는 「코리아 항원」을 발견했다고 발표. 이와 같은 획기적인 사실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알려지자 세계 의학계의 관심은 이른바 「코리아 항원」에 쏠렸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더군요. 그럴만하지요. 이 「테마」는 60년 동안 세계 의학계가 끙끙거리며 풀지 못한 숙제였으니까요.』
그러나 9월 한국 출혈열의 병원체가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입증하자 세계의 학계는 완전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뉴요크·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타임」 「뉴스위크」 등 이 사실을 「획기적」이라고 상세히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6·25때 주한 미군 장병들에게 널리 유행, 숱한 목숨을 앗아갔던 출혈열의 정체를 규명키 위해 미국이 쏟아 넣은 연구비만도 수천만「달러」에 달한다. 이 교수가 지난 69년부터 연구를 시작해서 올해 한국 출혈열 병원체 규명 및 특수 진단법 개발의 개가를 올리기까지 투입한 연구비는 5천만원 정도.
출혈열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만도 매년 2천명쯤의 환자가 발생, 7%의 사망율을 보이고 있다.
소련에서는 매년 5천여명이 이 전염병을 앓는다. 중공과 북한에서도 희생자가 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일본과 「유럽」에서도 유사한 출혈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져 이 교수의 업적은 더욱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예방「백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년 1월8일 미 육군성 초청으로 미국에 건너가 약2개월 동안 「백신」개발에 대해 연구할 계획입니다.』
필요한 실험 교재를 그때그때 쓸 수 없고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특수 기구가 부족해서 연구에 고충이 많았다는 이 교수는 연구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해 주는 당국 및 주위의 적극적인 지원이 아쉽다고.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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