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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유럽」 최북의 수도 「레이캬비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레이캬비크」는 「유럽」의 가장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수도로서도 유명하지만 깨끗하고도 아름다운 도시로서도 손꼽을 만하다. 앞바다의 바닷물이 「사파이어」빛처럼 유독 맑아서 더욱 돋보인다.
이 나라는 군대란 한 명도 없는 평화지상주의의 나라이고 보니 어떤 나라보다도 평화로우며 특히 이 수도는 이른바 「에덴 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레이캬비크」옛 시가의 중심은 배들이 머무르는 부두라는 것도 이 나라의 특색이다. 바다를 무대로 하고 사는 이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 때문이지만 바다와 육지가 잇닿는 지점인 부두를 중심으로 하여 여기에 광장을 마련하고 방사장으로 바다로는 해로가 뻗치고 내륙으로는 육로가 이어지게 되어 있다. 과연 바다의 나라 도시다운 구조다.
거의 모든 나라가 그렇듯이 오랜 항구도시는 더럽지만 「레이캬비크」의 부두는 더러운 것을 버리는 시민이 없어 이를 데 없이 깨끗하다. 부두를 거닐고 있는데 앞을 지나가던 어떤 노파가 갑자기 엎드리며 무엇인가를 주워서 재빨리 「쇼핑 백」에 넣는 것이었다. 혹 누가 떨어뜨린 귀중품이 아닌가 했으나 알고 보니 버린 휴지 조각이었다. 이때 함께 가던 일행 중의 한사람이 『이 나라에 여러번 왔었지만 시민들은 정말 무섭도록 청결을 사랑하더군요. 휴지 같은 것을 버리는 것은 외국인이고, 줍는 사람은 틀림없이 「아이슬란드」사람일 것입니다』한다.
이렇듯 지나칠 만큼 철저한 청결주의는 곧 이 나라 사람들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음씨의 표현이다. 이 서울에서 꽤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보았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어진 얼굴로서 그릇된 마음은 조금도 품은 데가 없어 보였다. 부강하게 살기 때문에 그릇된 것을 꿈꿀 필요가 없어서 그럴는지는 모르나 이 나라 사람의 생활이 충실하고 깨끗한 것을 무척 좋아하는 것은 그 근원이 근면에 있다고 생각되었다.
「아이슬란드」의 땅은 화산도와는 달리 용암이 제대로 풍화되지 않은 부식토가 아니어서 좀처럼 화초를 가꾸기가 어렵다. 그래서 정원에 가꾸는 대신 화분을 많이 이용한다. 이것은 이 나라 여름철이 짧기 때문에 실내로 옮겨 기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같이 지질적으로나 지대적으로 집 뜰이나 들에 꽃을 가꾸기가 어렵기 때문에 방안에서 화초를 기르는 것이 자연히 발달했다.
한편 공원 안에 있는 옥외 「풀」에서는 많은 어른이며 아이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이 「풀」의 물위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고 있는데 이것은 자연수로는 너무 차기 때문에 간헐천에서 끊임없이 샘솟는 뜨거운 물을 「파이프」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들은 수영을 즐긴다기보다는 체육으로 보고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나라는 바다의 나라인 만큼 수영이 거의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운동이 되어 있다. 교육법에도 어린이는 첫째 7세에서 15세까지 취학을 해야 하고 둘째 모두가 수영을 배워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수영을 하지 못하면 졸업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과연 「바다의 나라」다운 교육제도다.
한편 「노르웨이」에서도 국민학교·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수영을 필수적으로 배우도록 되어 있듯이 이 나라도 「바이킹」의 후예다운 바다의 의지를 크게 교육에 반영시키고 있다. 「레이캬비크」에서 남서쪽에 있는 관광지 「존포스」폭포로 가기 위하여 「버스」로 떠났다. 「아파트」며 고급 주택, 그리고 각종 공장들은 교외에 널리 펼쳐 있는데 문화인들이 교외에 살고 있다는 뜻에서 이 나라는 독특한 「교외 문명」을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처럼 공사하기 좋은 지질이 아니고 굳은 화산 용암 대지이어서 도로를 부설하기가 어려운지 길은 좋으나 넓지는 않았다.
화산 용암 대지로서 전원이 아름답지는 못하지만 교외에 마련한 「캠핑·그라운드」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이 노랑·빨강·파랑들의 크고 작은 「텐트」를 치고 그 위에는 자기 나라 깃발을 꽂고 있었다. 흡사 세계 청년 평화 회장과도 같이 보였으나 우리나라 깃발이 보이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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